
미국의 군사·재정 지원에 크게 의존해 러시아와 전쟁을 이어온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최대 우방인 미국 대통령에게 정치적 결별에 가까운 메시지를 받은 셈이다.
CNN과 CBS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젤렌스키는 여러 차례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정말 여러 차례였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세우라고 제안하고 싶다”며 젤렌스키가 수많은 합의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가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 요구를 무시하면서 미국과 국제 에너지 시장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CNN이 공개한 이날 발언 영상과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젤렌스키에게 러시아를 상대로 원하는 대로 하되 정유시설은 공격하지 말라고 했다. 그것은 전 세계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 한다. 디젤 때문에 우리 농부와 목장주들을 곤경에 빠뜨리려 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이 국제적인 디젤 공급 부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할 다른 목표물은 얼마든지 있다. 정유시설은 공격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는 공격했다”며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피해 규모를 거론하면서 젤렌스키의 지도력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CBS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국토의 30%를 잃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서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었다”며 “이제 우크라이나가 새 대통령을 뽑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가 주장한 영토 상실 비율과 사망자 규모는 독립적으로 확인된 수치가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 면적은 전체 영토의 약 20%로 추산되며, 전쟁 사상자와 사망자 수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전인 9일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산 디젤 공급에 합의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약 90분 동안 전화 통화를 갖고 러시아산 디젤을 미국과 국제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를 위해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일부 제재를 일시적으로 완화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러시아에 새로운 전쟁 자금을 제공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 완화가 러시아의 공격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의 반발을 받아들이는 대신 대통령 교체 필요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젤렌스키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라는 미국 측 요구를 여섯 차례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계속할 경우 핵심 정보 공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 측 관계자는 정보 공유 중단을 위협했다는 우크라이나 측 설명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반박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외교적 언쟁을 넘어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 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 직접 에너지 거래를 추진하는 동시에 젤렌스키에게 종전 협상 실패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이제는 현직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신 러시아와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까지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의 군사 지원이 공식적으로 중단되거나 외교관계가 단절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평화협상의 핵심 파트너가 아닌 합의를 가로막는 인물로 지목했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