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라톤 도중 자신을 응원하던 한인 아내에게 달려가 환하게 웃으며 입을 맞춘 24세 남성이 불과 1마일가량을 더 달린 뒤 갑자기 쓰러져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결승선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에게 그날의 짧은 입맞춤은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됐다.
지난 4일 오리건주 포틀랜드 마라톤에 참가한 트레이턴 라라(Treyton Lara·24)는 약 20마일 지점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심장이 멈춘 그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의료진의 집중적인 소생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현지 방송 KPTV와 KGW에 따르면 라라의 아내는 한인 여성 오드리 신 라라(Audrey Shin-Lara·24)씨다.
신씨는 이날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 마라톤 코스를 따라 이동하며 10마일과 14마일 지점에서 남편을 지켜봤다. 18~19마일 지점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남편은 평소와 다름없이 건강해 보였다.
신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남편이 나를 발견하고 달려와 웃으며 키스를 한 뒤 다시 뛰어갔다. 아주 건강해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것이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신씨는 남편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지켜보기 위해 먼저 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시어머니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남편이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라라는 약 20마일 지점에서 갑작스러운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신씨는 남편이 수개월 동안 마라톤을 준비했으며 평소 알려진 지병도 없었다고 밝혔다. 달리기는 그에게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시간이기도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이다.
기독교 방송 CBN에 따르면 두 사람은 신씨가 12살이던 시절 여름캠프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인연을 이어가다 결혼해 약 5년 동안 부부로 함께했다.
청소년 담당 목사로 활동하던 라라는 젊은 세대에게 신앙과 희망을 전하는 일에 열정을 쏟았다. 올해 여름에는 아내와 함께 처음 만났던 캠프 장소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캠프 제네시스(Camp Genesis)’를 출범시켰다.
이 캠프는 라라가 오랫동안 꿈꿔 온 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지난 8월부터 포스퀘어 교단에서 차세대 목회자와 청년 지도자들을 지원하는 새로운 역할도 맡으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신씨는 남편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KPTV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훌륭한 형이자 사촌들에게 사랑받는 삼촌이었으며, 친구들의 자녀들까지 그를 ‘트레이 삼촌’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신씨는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어느 순간에는 모든 일이 현실 같지 않다. 잠에서 깨어나면 남편이 다시 곁에 있을 것만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남편에 대해 “그는 내 인생의 사랑이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며 깊은 사랑과 그리움을 드러냈다.
라라는 오는 15일 25번째 생일을 맞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생일을 불과 11일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과 지인들은 장례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모금을 시작했으며, 지역 교회와 친구들의 추모도 이어지고 있다.
신씨가 기억하는 남편의 마지막 모습은 결승선이 아니라 마라톤 코스 한가운데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환한 미소다.
그날 남편은 결승선에 도착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입맞춤은 두 사람이 함께한 삶의 가장 애틋한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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