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 앱 이용이 일상화된 가운데 편리함을 위해 돈을 쓰고도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느끼거나 소비를 부끄러워하는 이른바 ‘배달 죄책감(delivery guilt)’이 Z세대의 새로운 소비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 미국 젊은 층이 도어대시(DoorDash), 우버이츠(Uber Eats), 그럽허브(Grubhub) 등 배달 플랫폼을 습관적으로 이용하면서도 주문 후에는 후회와 수치심을 느끼는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금융정보업체 파이낸스버즈(FinanceBuzz)가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공동으로 지난 8월 미국 성인 2,000명을 조사한 결과, Z세대 응답자의 45%가 배달 음식에 지출한 금액을 부끄럽게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27%는 배우자나 연인, 가족 또는 룸메이트에게 배달 주문 금액을 실제보다 적게 말하거나 거짓말을 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응답률인 16%와 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배달을 이용하다 최종 결제 금액을 확인하고 주문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Z세대 응답자도 78%에 달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 거주하는 캐롤라인 볼드리(24)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시절부터 거의 매일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주문하지만, 주문한 뒤에는 열 번 중 아홉 번꼴로 스스로에게 실망한다고 털어놓았다.
볼드리가 배달 음식에 지출하는 돈은 일주일에 약 75달러다. 한 달이면 약 300달러, 1년이면 3,900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배달 음식이 젊은 층에게 일종의 ‘부담 가능한 작은 사치’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카네기멜런대 조이 루 마케팅학과 조교수는 배달 음식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자신에게 보상하는 소비 방식이지만, 음식값에 배달비와 서비스 수수료 등이 추가되면서 실제 지출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배달 수수료가 모두 배달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도 소비자들의 불편한 심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 층의 배달 소비를 단순한 낭비나 게으름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스버즈 조사에서 외식이나 배달 음식을 이용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63%는 요리하기 싫어서, 58%는 자신이나 가족에게 보상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요리할 시간이 없거나 퇴근 후 기력이 부족하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가디언은 과거 밀레니얼 세대가 아보카도 토스트와 커피 소비 때문에 집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처럼, 이제는 Z세대의 배달 음식 소비가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노동통계국의 2024년 소비지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여전히 외식보다 집에서 먹기 위한 식료품 구매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높은 주거비와 보험료, 식료품 가격 등 구조적인 생활비 부담을 개인의 배달 습관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볼드리 역시 최근 치솟는 임대료와 자동차 보험료 때문에 배달 주문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편리함을 추구하면서도 그 대가를 지불한 자신을 자책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이 고물가 시대 미국 소비자들이 겪는 경제적 압박과 심리적 갈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