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 외곽에서는 발이 묶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두 곳을 포위했다고 밝히며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 대한 공습과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러시아 침공에 반대하고 있으며, 유엔은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제형법재판소(ICC)도 러시아 군의 전쟁범죄 가능성에 대한 수사를 착수했다.
3일 러-우크라 정전 회담이 계속될 예정이지만, 양측이 의견 일치를 볼만한 여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지난 주 침공을 시작한 이후 최초로 이 날 러시아군의 사상자수를 발표했다. 군대의 500명이 전사했고 1600명 가까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자국 군대의 손실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2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아직은 별도로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국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아조브해 연안의 최대도시 마리우폴과 흑해의 헤르손 항 같은 대도시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국 여러 곳에서 러시아군의 포위로 전선이 형성되어있다.
인구 28만명의 조선공업 중심지인 헤르손의 상황은 아직 불분명하다. 푸틴 대통령은 러싱군이 헤르손을 완전히 점령했으며, 이는 침공으로 지금까지 함락된 최대의 도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방부는 이를 일축했다.
“우리가 보기에는 헤르손은 아직 전투 중이다”라고 익명의 국방부 관리는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AP통신에게 헤르손의 상황은 아직도 전투가 계속 중이어서 아직은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고르 콜리카에우 헤르손 시장은 러시아군이 도심의 시청 청사까지 쳐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군에게 민간인들에 총을 쏘지 말것, 거리에 흩어진 시신들을 수습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나는 사람들을 향해 사격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시내에는 우크라이나 군인은 전혀 없으며 오직 시민들과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만 남아있다”고 그는 말했다.
인구 30만명의 헤르손 시는 흑해로 흘러들어가는 드네프르 강 연안에 자리잡은 전략도시이다.
마리우폴 시의 바딤 보이첸코 시장은 이 곳의 러시아군이 무자비하게 공격해왔다고 말했다.
“우리는 길거리와 집, 아파트에 있는 부상자들을 데려올 수 조차 없었다. 폭격과 포격이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을 인테르팍스 통신사가 인용보도했다.
한편 미 국방부 고위관리는 키이우 교외 25km지점까지 진격한 수 백대의 러시아 탱크와 차량들의 길고 긴 대열이 지난 이틀 동안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진격이 중지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예상보다 격렬해서 러시아군이 연료와 식량이 동이난 때문이라고 이 관리는 말했다.
키이우 시내 변두리에서는 60대가 넘은 자원 민병대원들이 러시아의 진격을 막기 위해 한 검문소를 지키고 있었다. 68세의 안드레이 곤차루크는 ” 이 나이에도 나는 무기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전사들은 무기가 더 필요하다. 우리가 적군을 죽이고 무기를 탈취해서 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수도에서 반시간 운전 거리에 있는 고렌카 마을에는 러시아 전폭기들이 2일 공습을 시작해 마을 사람들의 시신이 파괴된 집터에 흩어져 있다고 주민들이 말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인구 150만명의 하르키우에도 공습을 가해 빌딩들을 파괴했으며 붉은 화염이 스카이라인을 물들였다. 이 곳에서는 21명의 주민이 피살되고 112명이 하루 새 부상을 당했다고 하르키우 시청의 올레그 시네유보프가 말했다.
젤렌스키대통령의 수석 보좌관 올렉시이아레스토비치는 하르키우가 2차대전 당시의 스탈린그라드와 같다며 나치독일군에게 5개월간 포위당한 채 항전했던 러시아역사상 최대의 영웅적인 시민전쟁을 언급했다.
이골 테레코프 하르키우 시장은 지하 벙커에서 BBC와 인터뷰하면서 “우리 시는 모두가 단결있으며 앞으로도 굳건하게 버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미사일이 이미 하르키우의 5층짜리 경찰본부 청사를 폭파해 옥상과 맨 윗층이 불에 탔다. 정보부 건물과 대학교의 건물들도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고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본부가 밝혔다.
유엔은 러시아 침공 7일째를 맞아 우크라이나에서는 93만4000명이 해외로 도피했고, 유엔 핵무기 감시기구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핵발전소 15기가 폭격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