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이 러시아 침략군의 손에 들어가면서 우크라이나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단순히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수준을 떠나 러시아군이 최악의 경우 전력을 아예 끊어버릴 수도 있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 남부 전시 상황은 지금보다 더 우크라이나군에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군의 자포리아 원전 장악 소식에 원전 폭발 및 방사능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9일째인 4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일대를 장악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포리자 지방정부는 오전 8시20분께 “러시아 점령군이 자포리자 원전 부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군은 이날 오전 1시께 자포리자 원전에 공격을 가했으며, 이 과정에서 훈련단지 건물 등에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We do not mind if the next @HBO TV show is about #Zaporizhzhia Nuclear Power Plant. However, as a catastrophe people were able to prevent!#Europe, don’t be silent!@EmmanuelMacron @vonderleyen @eucopresident @EP_Edinburgh @EU_Commission @NATO @UN @OlafScholz @BorisJohnson pic.twitter.com/fNg4jhVPq2
— Verkhovna Rada of Ukraine (@ua_parliament) March 4, 2022
1984~1995년 남동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에 건설된 자포리자 원전은 분쟁 지역인 돈바스 지역에서는 약 200㎞, 키이우(키예프)에서 남동쪽으로 550㎞ 떨어져 있다.
이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최대 원전이자 유럽 전체에서도 최대 원전으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에는 9번째로 큰 원전이다.
이 원전의 전력 생산량은 약 5700메가와트(㎿)로, 400만 가구에 공급하기 충분한 양이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생산의 5분의 1, 국영 에너지 시설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이 원전이 러시아군의 손에 넘어가면서 우크라이나 전력 공급에 더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침공이후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의 난방이나 전력 공급이 이미 끊긴 만큼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군 입장에선 이런 상황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항복을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
국제사회는 혹시라도 러시아군이 자칫 원전을 폭파시키거나, 이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한 상태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도 현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통해 러시아군이 원전을 공격했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인 체르노빌 참사’와 같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맹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는 15기 원자로가 있는데 이들 중 하나가 폭발하면 유럽 전체가 끝장”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를 제외한 그 어떤 나라도 원전에 포격을 가한 적이 없다”면서 “유럽 지도자들은 지금 깨어나야 한다”고 고 역설했다.
다만 자포리자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이 발생했다는 증거는 확인된 바 없다.
러시아 공격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화재가 원전의 ‘필수 장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전 주변 방사능 수치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포리자 원전은 세계 최악의 원전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과는 다른 안전한 유형으로 방사능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