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에 빠진 한지 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데 힘을 다하고 싶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김성중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2014년부터 루브르 박물관과 협력하는 김민중 복원가를 도우면서 한지를 처음 접하게 됐다. 직지심경과 외규장각 의궤를 프랑스에서 처음 발견한 故 박병선 박사의 일을 함께 하면서다. 당시 같은 시기에 일본의 ‘화지;’가 전세계 미술품 복원 시장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알고 보니 한국의 ‘한지’는 ‘화지’와 생김새가 매우 흡사하나, 재질이 확연하게 달랐다.
이후 전세계에서 최초로 한지의 특성을 사용해 서양 문화재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김 디렉터는 故 박병선 박사가 생전 돌아가시기 전 함께 꿈꿔왔던 꿈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2년간 준비 끝에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과 파리 루브르 박물관 공동 국제 전시를 추진했다. 루브르 박물관 뿐만 아니라 기메 국립아시아박물관, 프랑스 국립 도서관, 뽕삐두 센터의 소장품 중 주요 문화재를 한 자리에 모았다.
“2020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아부다비루브르 전시 계획서를 내었고,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에서 승인, 결정됐어요. ‘ “대한민국을 가장 위대하게 표현해달라”는 아부다비 왕실의 이메일을 통한 바램처럼 이번 한국관은 멋지게 꾸며졌습니다.”
‘종이의 역사’ 전이 아부다비 루브르박물관에서 20일 개막한다. 한국의 지류 전통문화는 전 세계 지류 문화유산들 가운데서도 정중앙에 자리잡았다.
1370년에 발행된 고려시대 불교서적 ‘육조단경’, 태어난 아이의 탄생을 알리는 ‘금줄’과 죽음의 옷인 ‘종이수의’, 창호지, 도배지 그리고 장판지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한옥’, 우리 조상들이 제지할 때 써왔던 도구인 한지 ‘발’이 전시된다.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한지의 특성을 이용한 지승 공예품들도 루브르 박물관에서 한국의 미를 뽐낸다. 옹기 지승 자라물병, 지승박다위(종이를 꼬아만든 멜빵), 지승흑립, 지승 조끼, 지승짚신 등이다.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이던 화산관 이명기의 작품도 소개된다.
전주시가 한옥 지원을, 공예디자인진흥원·르코지·고려문화연구원이 수의 지원을 맡았다. 수의 제작은 송년순 한복침선공예명장과 문광희 한패션 RIS 사업단 소장이 맡았다.
이번 전시는 자비에 살몽 루브르박물관 그래픽아트 부장이 전시기획 총괄을 맡았고, 김민중 복원가와 김성중 커뮤니케이션 디렉터가 한국 작품을 전담했다.
전시회는 코로나19로 수차례 무산될 뻔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물류대란으로 10t이 넘는 한옥을 실어보낼 배편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한옥은 결국 항공편으로 아부다비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전주시와 루브르 박물관, 르코지가 협력했다. 전시는 7월 23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