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달 21일 서울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윤 당선인이 다음달 10일 취임 이후 11일 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이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후 최단기간에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게 되는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는 북한 무력 도발에 따른 대북 공조와 미국의 중국 견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첫 아시아 순방지인 한국에서 ‘대 아시아 연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亞 첫순방 한국서 中견제 행보
바이든 대통령이 첫 아시아 순방지인 한국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중국 압박 동참을 망설이는 아시아 국가들에도 확실한 메시지가 전달될 거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앞서 한국을 찾은 미국 측 답사단은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연설할 수 있는 서울시내 주요 대학 등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중국 영향력에 대항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공급망 협력 중요성 등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서 ‘대아시아 연설’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국이 귀환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셈이다.
앞서 미국은 2월 ‘인도태평양전략(IPS)’ 보고서를 발표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본격적인 중국 견제 행보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Quad)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중국 견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北 선제 핵 공격 위협에 대북 공조 등 한미 동맹 강화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20일 시작되는 아시아 순방에서 첫 번째로 한국을 택한 것은 윤석열 정부 취임에 맞춰 확실한 한미동맹 강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윤 당선인 취임 직후 열리는 만큼 한미 동맹과 북핵 문제, 경제안보 등에 대한 협력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배현진 인수위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대해 “한미 동맹 발전 및 대북 정책 공조와 함께 경제안보, 주요 지역적·국제적 현안 등 폭넓은 사안에 관한 깊이 있는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다음 달 핵 실험 등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여 확장 억지력 강화 등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한미정책협의단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과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 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4년여 만에 재개한 북한이 조만간 7차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북한 핵·미사일 대응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25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 열병식에서 ‘국가의 근본 이익 침탈’이란 모호한 기준을 제시하며 대남·대미 선제 핵 공격 여지를 넓게 열어뒀다.
한일 관계 개선 및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 등도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용산 집무실서 한미 정상회담 개최 검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윤 당선인이 추진 중인 서울 용산 집무실에서 열리는 첫 외교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은 국방부 청사 대통령 집무실을 정상회담 장소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의 ‘용산 시대’ 개막의 상징적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주한미군 평택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와 삼성 반도체 공장 등을 방문하는 일정 역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