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일부 기업들은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 대비 8.5%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1981년 12월 이후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소매업체, 제조업체, 소비재 생산업체 등의 임원들은”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며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에너지, 원자재, 임금 인상 부담을 제품가격이나 같은 가격에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대처해왔던 것도 더 이상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말보로 제조업체인 알트리아 그룹은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흡연자들이 저렴한 브랜드 상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슬립 넘버와 템퍼 실리 인터내셔널 등 매트리스와 일부 고가품들에 대한 수요도 줄고 있고, 미국의 한 화훼업체도 소비자들이 꽃다발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아기 물티슈부터 세탁기까지 기업들은 수요를 크게 줄이지 않고 가격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일부 임원들과 분석가들은 40여년만에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에 의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예를 들어 식료품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할인된 제품과 저렴한 브랜드를 점점 더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템퍼 실리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 스캇 톰슨은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 소비심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소비자에게 가격을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몇 주 동안 일부 회사들이 매출 목표를 상향 조정했지만 이익 전망치는 유지하거나 하향 조정했다. 이는 가격 인상이 비용 상승을 능가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제프리스의 분석가 조나단 마투지우스키는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좋은 소식은 소비자들이 여행 등 여가활동에는 소비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을만큼 재정적 관점에서 충분히 건강하다고 느낄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제프리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출 계획을 바꾸고 있다. 3500명 상당의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음식과 가정용 주식에 관해 더 저렴한 대체품으로 바꿨다고 답했고, 거의 40%가 여행, 가구, 전자제품과같은 고액 상품에 대한 구매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시스의 재무책임자 에이드리언 미첼은 소비자 수요가 올해 내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소매업체들은 할인 혜택을 강화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첼은 지난달 초 소매 컨퍼런스에서 “소비자에 대한 압박이 여전해 아직 불확실성이 있다”며 “소비자는 건강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우리 예상보다 더 많이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