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등 미사일 3발을 쏘며 도발하자 미국이 전략 자산인 핵 폭격기를 한반도 인근으로 보냈다. 한미 정상 회담을 통해 예고됐던 확장 억제가 일찌감치 가동되는 모양새다.
실시간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 24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B-52H 스트래토 포트리스 장거리 폭격기가 일본 동쪽을 비행했다.
같은 시각 북한 탄도 미사일을 감시하는 코브라 볼 정찰기도 일본 동쪽을 지나 동중국해 쪽으로 비행했다.
B-52는 B-1B,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 폭격기다. B-52는 핵 미사일 등을 장착할 수 있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 체계다. B-52는 폭탄을 최대 31t까지 싣고 6400㎞ 이상 비행할 수 있다.
B-52는 ICBM, 핵추진 잠수함과 함께 미국의 3대 핵 전력으로 꼽히는 전략 자산이다.
B-52 전개가 한국 정부 요청 후에 이뤄진 점이 주목된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 후 가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통화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한 미 전략 자산 전개를 요청했다.
아울러 B-52 전개는 이른바 확장 억제의 일환이다. 확장 억제란 미국의 동맹국이 핵공격 위협을 받으면 미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전력을 투입해 응징한다는 개념이다. 핵우산(nuclear umbrella)이 포괄적이고 정치적 개념이라면 확장 억제는 핵우산을 군사적 차원에서 구체화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 회담 당시 공동 성명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 공약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 후 연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 억제 실행력과 한미 연합 방위 태세 강화 등 실질적 조치를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