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백악관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9일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정국을 제외한 방탄소년단 여섯 멤버는 이날 오전 대한항공편으로 덜레스 공항을 통해 현지 입국했다. 하루 먼저 인천국제공항을 떠난 정국은 로스앤젤레스(LA)를 거쳐 뉴욕에서 예정된 일정을 소화한 뒤 백악관 행사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백악관이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방탄소년단을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인종 증오범죄가 미국 내에서 줄어들기는커녕 더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계 대상 무차별 혐오범죄 및 차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팝의 아이콘뿐만 아니라 다양성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방탄소년단은 미국 등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아시아계 혐오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혀왔다. 백악관으로서는 전 세계적인 영향을 자랑하는 방탄소년단이 이와 관련 공개적으로 다시 목소리를 내주면 경각심을 더 고취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작년 3월 애틀랜타에서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한국계를 포함한 아시아계 8명이 사망했을 당시 방탄소년단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슬픔과 함께 진심으로 분노를 느낀다”며 ‘#StopAsianHate'(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StopAAPIHate'(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아시아인 차별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다.
방탄소년단 자신들도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기억이 있다면서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시안이 왜 영어를 하느냐는 말도 들어봤다”고 털어놨다.
이런 솔직한 고백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용기를 냈고 방탄소년단이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한다”고 낸 목소리에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하고 나섰다.
또 작년 11월 LA 소파이 스타디움 공연 당시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아시안 혐오와 관련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항상 내고 싶다”고 했다.
또 방탄소년단은 재작년 미국 내 흑인 인권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와 관련, BLM 측에 약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또 유니세프와 함께하는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폭력에 반대해왔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백악관 초청 전에도 사회 문제와 관련 국제 무대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작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 총회’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청년·미래세대를 대표해 연설했다. 특히 현역 연예인 중 처음으로 외교관 여권을 사용했다.
아울러 방탄소년단은 이번 바이든 대통령과 만남에서 인종차별 관련 외에도 문화 예술과 관련 대화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앞서 전 세계에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젊은 앰배서더로서의 역할과 문화·예술 전반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백악관은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방탄소년단은 다양성·포용의 중요성, 그리고 세계 전역에 희망과 가능성의 메시지를 확산하는 젊은 대사로서 방탄소년단의 플랫폼에 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백악관이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뮤직을 운영하는 하이브 미국 현지 법인인 하이브 아메리카에 의사를 먼저 타진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미국 연예 기획사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한 하이브는 현지 네트워크와 소통 창구를 강화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