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담배의 니코틴 함량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21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식품의약국(FDA)은 담배 회사들이 니코틴 함량을 최소화하거나 중독성이 없는 수준으로 낮추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향후 25년간 암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는데, FDA의 정책도 이와 연관돼 있다.
니코틴은 그 자체로는 암이나 심장·폐 질환 등을 유발하지 않지만 중독성이 있어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도록 유도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자국에서 매년 48만명 이상이 이런 유해물질과 관련한 질환 등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추산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방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지난 10년 동안 십여 개 대학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담배의 니코틴을 줄이면 흡연자들의 중독성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연구가 행정부 정책의 바탕이 됐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 흡연자들은 니코틴 수치가 매우 낮은 담배를 사용할 때 더 적은 담배를 피우고, 담배에 덜 의존하게 되고, 독성 물질에 덜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연 시도도 더 많이 한다는 인과 관계를 확인했다.
특히 연구원들은 담배의 니코틴 함량을 적게 줄이면 흡연자들은 보상 심리 등으로 더 많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에서는 흡연자들이 일반적인 담배보다 니코틴이 약 95% 적게 함유된 담배를 사용했을 때 담배를 덜 피우고 의존도가 줄어들었다.
담배의 니코틴 농도를 낮추기 위해선 담뱃잎의 비율을 조정하거나 별도의 가공을 거쳐 니코틴을 제거해야 한다. 일부 기업은 유전자 조작으로 니코틴 함량이 통상 담뱃잎의 5%에 불과한 품종을 키워 담배를 만들고 있다.
다만 담배업계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미국 정부가 이런 정책을 내놓더라도 실제로 확정돼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FDA가 구체적인 규정을 제안하는 데 최소 1년이 걸릴 수 있고, 이후에도 각계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 반발하는 담배회사들이 변경을 시도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2009년 가족 흡연예방 및 담배통제법은 FDA가 니코틴을 중독성이 없는 수준으로 낮추도록 할 권한을 부여했지만, 담배 판매 자체를 금지하거나 니코틴을 제로(0)로 만들진 못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담배의 니코틴을 줄이는 계획을 앞당길지 여부를 1년 넘게 고민해왔다. FDA는 지난해 초 백악관·보건복지부 등과 담배의 니코틴 감축 전략을 논의했는데, 당시 백악관은 멘솔 담배 금지 추진을 허용하면서도 니코틴 수준에 대한 결정은 보류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박하향을 내는 멘솔(menthol) 담배를 포함한 가향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은 지난 4월 FDA가 발표했다.
이와는 별도로 FDA는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전자담배에 대한 위험성 등도 검토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미국 성인 인구의 12.5%에 해당하는 3080만명이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