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국호를 원주민 마오리족 지명인 ‘아오테아로아'(Aotearoa)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현지 의회가 논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의 국호는 1642년 뉴질랜드섬을 처음 발견한 네덜란드인이 붙인 이름에서 유래했다. 식민지 역사를 상기시키기에 국호를 변경해 국가의 정체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아오테아로아는 구전 역사에서 옛날 폴리네시아 항해자들이 뉴질랜드로 오는 길을 찾을 때 도움을 줬다는 ‘구름’을 뜻하는 마오리어다.
앞서 마오리당은 지난해 ‘마오리 언어 주간’에 시작한 국호 개명 청원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는데 7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에 뉴질랜드 의회 위원회는 해당 안건을 의회에서 의결하거나 국민투표에 붙이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라위리 와이티티 공동대표는 “청원은 무엇을 없애거나 우리의 정체성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며 “오히려 이 땅의 원래 이름을 되찾고 하나의 국가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수십 년간 아오테아로아라는 표현은 지폐와 여권은 물론 정부 문서에도 오르는 등 현지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5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아던 총리의 직함은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 총리’로 표기됐다.
그러나 총리실 대변인은 “아던 총리는 아오테아로아를 널리 사용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국호 변경을 공식적으로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국호 변경에 대한 여론은 분분하다.
현지 시장조사업체 콜마 브룬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국호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호로 아오테아로아를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로 바꾸는 것에 동의하는 응답은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그러나 관광업을 주력으로 삼는 뉴질랜드가 국호를 바꾸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퀸스타운 시장 짐 볼트는 “‘뉴질랜드’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강력한 브랜드”라며 “(국호 변경은) BMW가 바이에른모터스로 이름을 바꾸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역사 청산을 위해 국호 등을 바꾼 사례는 여럿 있다.
스와질란드는 2018년 식민지 이전의 고유 이름을 되찾기 위해 에스와티니로 국호를 바꿨다.
작년 호주는 원주민 역사를 반영하기 위해 국가의 가사 일부를 개사했다.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는 지난해 11월 영국 여왕과 결별하고 입헌군주국에서 공화국으로 전환했다.
터키의 경우 올해 튀르키예로 국호를 바꿨다. 튀르키예는 ‘터키인의 땅’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