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영연방 국가에 남겨진 여왕의 상징물들이 찰스 3세의 상징물들로 점차 변화가 예상된다고 가디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기록적인 통치 기간 동안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의 공공 영역 속에 여왕의 이름과 이미지 등 상징물들이 많이 남았다며 이들 상징물 변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던 킹스칼리지 법대 로버트 블랙번 헌법학 교수는 “과거 1952년 조지 6세가 사망하고 그의 장녀 엘리자베스 공주가 여왕으로 왕위를 계승했을 때와 같은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공서 깃발마다 ‘엘리자베스’…’웨일스 포함’ 왕실 깃발도 교체되나
가장 먼저 교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경찰서·소방서 등 관공서에 사용되고 있는 수천 개의 깃발이다. 엘리자베스 2세를 상징하는 문장과 문양의 영어 약자 ‘EIIR(Elizabeth Ⅱ Regina)’가 새겨 있다.
여기에 해군 함정을 비롯해 각 군부대를 상징하는 깃발인 ‘퀸스 컬러(Queen’s colours)’에도 엘리자베스 여왕을 뜻하는 EIIR이라는 문구가 금빛으로 장식돼 있다.
또 영국 군주를 국가원수로 인정하고 있는 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들의 공공기관 깃발들도 엘리자베스 여왕 상징이 담겨 있다. 찰스 3세 상징으로 교체가 불가피한 부분이다.
영국 군주가 거주하는 곳이면 어디든 걸려 있는 왕실 깃발 ‘로열 스탠더드(왕기)’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영국을 구성하고 있는 잉글랜드·스코틀랜드·아일랜드·웨일스 4개 연방 가운데 웨일스 상징만 빠져있어 다음 왕이 통합 차원에서 새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왕 얼굴 담긴 전세계 화폐 127조원 규모…교체 2년 이상 예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얼굴이 그려진 파운드화 지폐와 동전도 순차적으로 교체될 전망이다.
가디언은 엘리자베스가 즉위했던 1952년에는 지폐에 왕의 얼굴이 새겨져 있지 않았지만 1960년 1파운드 지폐에 엘리자베스 2세 얼굴이 처음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45억 파운드(약 7조원) 규모의 영국 지폐를 비롯해 영연방 국가들에서 유통되고 있는 화폐 규모는 총 800억 파운드(약 127조원)에 달한다. 캐나다 지폐·뉴질랜드 동전 등 8개국으로 구성된 동카리브해중앙은행(ECCB)에서 발행하는 화폐에 엘리자베스 2세 얼굴이 담겨 있다.
앞서 50파운드 지폐의 신권 발행 과정에서 구권을 전부 회수할 때까지 1년4개월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모든 화폐를 교체하는 데에는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하나님, 여왕을 지켜주소서’…국가 가사도 바뀌어야
영국의 국가(國歌)인 ‘하나님, 여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Queen)’의 제목과 가사도 교체가 불가피하다. ‘여왕(Queen)’으로 표기된 제목과 가사를 전부 ‘왕(King)’으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1745년 처음 국가가 만들어졌을 당시 가사는 ‘하나님, 위대한 우리 조지 왕을 지켜주소서’였다가 변화를 거쳐 ‘여왕’을 지켜달라는 가사로 바뀌었다.
이외에도 1662년 영국 성공회 예배에 사용되는 기도서 속에서 여왕을 가리키는 여성형 표현(her·그녀) 역시 남성형(his·그)으로 바꿔야 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성공회 시노드(교구의회)의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