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확인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가 무너지게 됐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20~21일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다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연준이 역사상 유례가 없는 1%포인트 금리 인상이라는 울트라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노동부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2개월 누적치로 8.3%를 기록해 전달의 8.5%에서 0.2%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오는 21일 연준의 9월 FOMC를 앞두고 금리 인상 폭에 영향을 미칠 8월의 CPI 지표에 시장의 관심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8.0% 정도를 예상했는데 이를 웃도는 결과가 나왔다.
CPI는 월간으로 0.1% 올라 전월의 0.0%보다 컸다. 시장 기대치인 0.1%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8월 한 달 동안 휘발유 가격은 10.6%나 하락했으나 임대료, 식품, 의료관리 부문이 오르면서 상쇄하는 결과가 나왔다.
조사품목에서 변동성이 강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하고 구하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월간으로 0.6%가 상승해 전월의 0.3%보다 두 배가 됐다. 12개월 누적의 근원 인플레는 6.3%로 전월의 5.9%에서 커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아직도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난 만큼 연준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준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저지를 경제 최우선 과제로 꼽는 상황에서 지난 6~7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 인사들은 공개 발언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최우선을 두겠다고 강조하며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앞서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 안정은 연준의 책무”라며 가정·기업에 일부 고통이 따르더라도 금리 인상을 중단·유예하지 않겠다고 말해 일각에서 제기된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낙관론을 일축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은 연준이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향후에도 인플레이션 지표가 낮아지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레이트의 마크 햄릭 수석 경제 분석가는 “인플레이션이 실질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기대해온 모든 사람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며 “연준이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음에 따라 1%포인트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KPMG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연준은 수요가 완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8월 CPI 보고서는 악몽이다. 확실히 1%포인트 인상을 고려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에버코어 ISI는 보고서를 통해 “1%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WSJ는 “연준이 1990년대 초 기준금리를 통화정책 수단으로 사용한 이후에 한 번에 1%포인트 인상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연말에 도달할 금리 수준 전망도 상향되고 있다.
최근 연준 인사들은 현재 2.25∼2.5%의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4%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으나, 4.5%까지 인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퍼리스의 아네타 마르코프스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최종 금리를 4%에서 4.5% 또는 그 이상 빠르게 바꿀 것이라고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