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과학·기술 측면에서 자국의 세계적인 우위 유지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거론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16일 초당적 연구기관 ‘특별경쟁연구프로젝트(SCSP)’의 세계 신흥기술 회의 행사 참석을 위해 준비한 모두발언에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21세기 지정학적 지형을 규정할 것”이라며 이런 관점을 밝혔다.
과학·기술 발전이 향후 의료와 의약품, 식량 안보, 청정에너지 등 분야에서 이른바 ‘게임 체인저’가 되리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아울러 이 분야가 향후 새로운 군사·정보 역량에도 영향을 미치리라고 그는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런 취지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리 우위를 유지하는 일은 ‘국내 문제’나 ‘국가안보 문제’가 아니다. 둘 다에 해당한다”라며 세계 무대에서 자국 리더십 유지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우위 유지 방안으로는 ▲자국 과학·기술 생태계 투자 ▲관련 인재 육성 ▲자국 기술적 우위 보호 ▲이를 위한 동맹·파트너국과의 통합·협력 심화를 꼽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자국 투자 행보와 일치하는 기조다.
특히 양자정보시스템, 인공지능(AI) 등 컴퓨팅 관련 기술, 생명공학 및 바이오제조, 재생에너지 기술을 국가안보에도 피수불가결한 향후 10년 주요 산업 영역으로 꼽았다.
올해 통과한 일련의 자국 투자 법안도 강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한 달 반도체산업육성법(the CHIPS and Science Act)과 생명공학·바이오제조 혁신 증진 행정명령, IRA에 서명했다”라는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반도체법을 두고 “해외 생산 반도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R&D) 분야 미국 리더십을 복원하는 데 520억 달러를 투자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는 납세자의 돈을 받는 기업들이 돌아서서 우리 국가안보를 약화하는 중국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가드레일을 반도체법에 포함하도록 의회와 긴밀히 협력했다”라고도 했다.
생명공학 관련 행정명령을 두고는 “우리가 차기 세대를 위한 의약품 및 원료 등을 이곳에서 고안할뿐만 아니라 만들도록 한다. 연구실에서 공장까지”라고 강조했다. IRA를 두고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후 및 청정에너지 분야 단일 투자”라고 자평했다.
자국 기술 보호를 위한 수출통제 중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올해 초 미국과 우리 동맹·파트너는 러시아에 가장 엄중한 기술 규제를 부과했다”라며 “이 조치로 러시아는 식기세척기용 반도체를 군사 설비에 사용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기술 수출통제가 단순히 예방적 도구 그 이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수출통제가 적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새로운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민감한 기술, 특히 수출통제로는 제어할 수 없는 투자와 관련한 대외 투자를 다룰 접근법 구상에서 진전을 보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수출통제 외에 향후 미국 외 다른 지역 투자 역시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지난 15일에는 민감 데이터 보호 등을 위해 관련 분야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었다.
지난주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도 거론됐다. 설리번 보좌관은 아울러 준비된 발언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인도, 한국, 일본과 함께 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고위급 양자 이니셔티브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추월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무한한 자원을 기꺼이 투자하고자 하는 경쟁자와 마주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미래 산업에서 우리가 다시 선두에 설 수 있도록 하는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투자를 해 왔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