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국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가디언, AP통신 등에 따르면 히잡 미착용 여성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로 이란에서 최소 31명이 사망했다.
이번 시위는 마흐사 아미니라는 20대 여성이 히잡으로 머리를 제대로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3일 도덕 경찰에 체포·구금된지 3일 만인 지난 16일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경찰은 그녀가 조사 도중 사망했다며 폭행은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유족은 아미니가 심장 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비평가들은 멍이 들고 피를 흘린 것으로 봐서 구타를 당한 것으로 추측했다.
싱크탱크인 런던 채텀하우스 소속 이란 전문가 사남 바이킬 박사는 “이란 여성들은 1981년 이슬람 혁명 이후 시행된 법에 따라 머리를 가리고 수수한 복장을 해야 한다”며 “지난 40년 동안 이란 여성들은 이 의무에 반대해왔지만, 거리를 순찰하는 도덕경찰이 여성들을 데려와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의 시위는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최소 13개 도시에서 열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현재 소셜미디어에는 경찰차와 물 대포 트럭 등을 파괴하고 최고지도자 이미지를 훼손하는 항의 영상이 여전히 올라온다. 일부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벗어 모닥불에 태우거나 머리를 자르는 방식으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아미니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관련 기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22일 유엔총회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그녀의 가족에 먼저 연락했고 사건을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모든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시위는 정상적이고 수용 가능하다. 시위는 특정 이슈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시위와 기물 파손 등 폭력 행위는 구별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평화적인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폭력을 사용했다”며 22일 도덕 경찰과 이란 고위관리들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이란 정보안전부와 육군 지상군, 기타 사법기관 지도부 등이 포함됐다.
이번 시위는 지난 2019년 치솟는 기름값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테헤란과 이란 일부 도시에서는 23일 금요대예배 이후 또 다른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