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선포 후 일주일 간 러시아를 탈출한 남성이 최소 20만명에 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도 부분 동원령 선포 후 나흘 간 약 26만 명의 남성이 러시아를 빠져나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NYT는 다소 보수적으로 집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에서는 부분 동원령 선포 이후 징집을 피하기 위해 접경국인 핀란드·조지아·카자흐스탄 국경을 넘는 탈출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튀르키예(터키)·아르메니아·아랍에미리트(UAE) 지역의 항공권이 먼저 매진되자 차량을 통해 국경을 넘는 사례가 늘어났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국경수비 업무를 담당하는 프론텍스(Frontex)는 일주일 동안 약 6만6000명의 러시아인이 EU회원국가들로 유입한 것으로 집계했다. 동원령 선포 이전 대비 30%가량 늘어난 수치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지난주 9만8000명의 러시아인이 입국했다고 밝혔다. 조지아는 21일 이후 5만3000명 이상이 자국 국경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탈출 관문인 핀란드에는 주말 사이 1만7000명 이상의 러시아인이 국경을 통과했다.
이처럼 탈출 행렬이 끊이지 않자 러시아는 주요한 탈출 관문 중 하나인 조지아 접경 지대로 몰리는 러시아 차량의 통행 금지 방침을 밝혔다.
러시아 서남부 북오세티야자치공화국 수반 세르게이 메냐일로는 “지난 이틀 동안 2만 명의 러시아인이 (차량으로) 국경을 넘었다”며 “이에 (조지아로) 향하는 러시아 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자국을 통해 사실상 조지아 국경을 폐쇄한 것을 밝힌 것이다.
북오세티야자치공화국은 러시아 연방 서남부에 있으며 조지아 북쪽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북오세티야 베르크니 라스(Verknii Lars) 검문소에 별도의 징집 사무소 설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러시아 탈출을 권고했다. 주(州)러 미국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가 이중국적의 미국 시민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며 러시아에 거주하거나 여행 중인 시민은 즉각 러시아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