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차기 총리로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확정되면서 국채 금리는 하락하고 파운드화 가치는 상승하면서 혼란했던 금융 시장은 안도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리즈 트러스 총리 내각의 대규모 감세안으로 촉발된 금융 시장 불안은 현재 진행형으로 차기 내각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수낵 전 재무장관이 차기 총리로 확정되면서 영국 채권 시장은 일제히 반등했다.
10년물 영국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0.31%포인트 하락한 3.74%로 마감했다. 30년물 국채 금리도 0.31%포인트 하락하면서 3.75%가 됐으며, 2년물 국채 금리도 0.29%포인트 3.38%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파운드화는 이날 1.1292달러에 거래되면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지만 25일 오전 11시 기준 1.1312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영국 런던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FTSE 100 지수와 FTSE250지수는 각각 0.7%, 1.3%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시장에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 있지만 영국 정치의 혼란이 빠르게 마무리된 것에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MUFG의 리서치 헤드인 데릭 할페니는 “수낵이 정부에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며 “영국의 정치적 불안이 해소된 것은 확실히 긍정적이며 단기적으로 파운드에 대한 추가 지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금융권 경력을 갖고 있는 수낵 전 재무장관이 총리로 확정되면서 향후 내각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수낵은 차기 총리로 확정된 이후 연설을 통해 “우리가 심각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경제 안정화를 최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대규모 감세안으로 시장에 혼란을 준 트러스 총리가 퇴진하고 새 총리가 확정됐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트러스 내각은 약 450억파운드(약 73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감세로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취지였지만 인플레이션과 국가 부채 증가 우려로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감세안 발표 이후 파운드화는 1.03달러까지 추락하면서 마가렛 대처 총리 시절인 198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운드화 가치 폭락은 채권 시장으로 번졌다. 올해 여름 2%를 밑돌았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5%까지 상승하면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에 영국에서 촉발된 금융 불안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경제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650억파운드(약 101조원) 규모의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서야 했다.
한때 미국 다음으로 금융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영국은 파운드화와 채권 가격 폭락 속에 국제 투자자에게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이례적으로 영국의 대규모 감세 정책이 불평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 재고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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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총리는 당시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38일 만에 경질하고 제레미 헌트 신임 장관을 임명해 감세안을 대부분 철회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당 안팎에 사퇴 압박 속에 7주 만에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앞으로 구성될 수낵 내각에서는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 금융 시장 안정을 최우선시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31일로 예정된 영국 재무부의 중기 재정 계획 발표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