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최종 결정권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먼저 회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내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우회 압박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로시야1 TV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시대로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회담을 미국과 먼저 개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며 그래서 “우크라이나와는 어떤 것도 논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라는 합법적인 대통령이 있다. 이론적으로 그와 합의 할 수 있겠지만, 지난 3월 경험을 감안하면 이런 합의들은 외부 지시에 따라 즉시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평화 회담 개최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서아프리카 기니비사우의 우마로 시소코 엠발로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푸틴)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지도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며 “우리는 서방 파트너들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제안을 갖고 있는지 들을 준비가 돼 있다. 만약 평등과 호혜 존중 원칙에 입각해 모든 국가의 이익을 조화시키고 타협점을 찾는 현실적인 제안을 한다면 우리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미국이 러시아의 우려를 이해하고 안전보장 논의로 돌아간다면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러 정상회담 개최 조건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려는 미국의 의지”라고 답했다.
국제 사회는 내달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7일 직접 참석할 가능성을 시사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참석 계획을 확인했다. 다만 러시아는 미국이 제안하면 정상회담에 응할 것이란 입장인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로선 회담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