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에 납치된 아기가 51년 만에 가족과 재회했다. 가족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납치됐던 혈육을 수소문할 수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 51년 전 납치된 딸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하이스미스 가족에 대해서 보도했다.
하이스미스 가족은 11월, 언제나 그렇듯 텍사스주의 포트워스에 모였다. 생후 21개월이던 멀리사 하이스미스가 51년 전 사라진 장소였다. 그날은 멀리사의 생일이었다. 하이스미스 가족은 어디서 살고 있을지 모를 멀리사를 위해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하얀색 풍선을 날려 보냈다.
1971년 8월, 멀리사의 어머니 알타 아판텐코는 신문 구인란에 보모를 구하는 광고를 올렸다. 머잖아 한 지원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지원자는 자신이 넓은 뒷마당이 딸린 집을 가지고 있으며, 이전에 보모 일을 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던 알타는 한시라도 빨리 보모를 구하고 싶었기에, 앞뒤 재지 않고 아기를 데려가도 좋다고 허락했다. 알타가 식당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을 동안 지원자는 알타의 아파트를 방문해 룸메이트로부터 멀리사를 안아 들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그리고 알타는 멀리사를 51년 동안 돌려받을 수 없었다. 흰 장갑을 낀 채 멀리사를 안아 들었다는 지원자는 그 이후로 연락이 뚝 끊겼다.
이후 수십 년간 하이스미스 가족은 멀리사를 끊임없이 찾아다녔다. 가족은 제보를 받기 위해 온갖 팟캐스트, 신문사 등과 인터뷰를 했다. 멀리사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다는 제보가 나오면 즉시 그 주로 달려가 진위를 확인했다.
가족은 지난 9월에도 국립 실종·착취 아동 센터로부터 멀리사로 추정되는 여성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목격했다는 제보를 받았지만 결국 허탕만 쳤다. 다른 무수한 제보들도 대부분은 ‘꽝’이었다. 하지만 하이스미스 가족은 결코 멀리사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멀리사의 아버지인 제프리는 사설 유전자 검사 업체인 ’23앤드미'(23andMe)에 의뢰해 유전자 검사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 검사가 멀리사를 찾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족이 11월 6일 받은 제프리의 유전자 조사 결과 그의 ‘유전적 손자’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가족은 이 손자가 실종된 멀리사의 자식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이스미스 가족은 아마추어 족보학자인 리사 조 실레에게 의뢰해 손자들과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그들은 ‘멜라니 월든’이라는 여성의 자식들이었다. 하이스미스 가족은 즉시 멜라니의 딸을 통해 그녀와 연락을 취했다.
멜라니는 처음에는 자신의 원래 이름이 멀리사이며, 하이스미스 가족이 자신의 진짜 가족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하이스미스 가족은 포기하지 않고 멜라니와 차분히 소통했다. 멜라니는 자신을 키워준 여성에게 연락해 자신의 원래 이름이 ‘멀리사’였음을 확인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가족을 찾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ABC와의 인터뷰에 응한 멜라니는 자신이 어린 시절 모진 학대를 당했으며, 15살에 집에서 뛰쳐나와 거리에서 일하며 살아왔다고 밝혔다. 멜라니는 공식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멀리사로 개명할 예정이며, 아버지 제프리의 인도하에 재혼을 하고 싶다고도 밝혔다.
멜라니와 하이스미스 가족은 텍사스주의 포트워스에 위치한 유전자 연구소에서 다시 한번 확인 검사를 받은 후 51년 만에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했다. 하이스미스 가족은 인터뷰를 통해 “멜라니가 우리의 잃어버린 가족이라는 점에 대해 한 치의 의구심도 들지 않는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포트워스 경찰 측은 멜라니를 납치한 이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 사건에 대한 어떤 체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스미스 가족이 멜라니를 찾는 데 사용한 ’23앤드미’는 가장 인지도가 높은 유전자 검사 업체 중 하나이며,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인 앤 워치츠키가 설립했다. 검사에 드는 비용은 200달러(약 26만원) 내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