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부정행위로 고발 당했던 일란성 쌍둥이가 6년 만에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해 150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고 3일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보도했다.
2016년 5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MUSC)에 재학 중이던 일란성 쌍둥이 카일라와 켈리 빙엄이 대학 시험을 치르던 중 부정행위로 고발당했다. 켈리는 쌍둥이들이 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배정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1.2m에서 1.5m 정도 떨어져 있었다”며 모니터가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서로를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2주 후, 교수진은 그들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학교 측은 시험을 치렀을 당시 교수가 원격으로 모니터링한 후 쌍둥이의 행동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쌍둥이들이 서로 협력해 시험을 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감독관에게 시험이 계속되는 동안 그들을 특별히 주시하라고 말했다. 감독관은 쌍둥이가 신호를 주고받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고 보고했다. 또 한 사람이 의자를 뒤로 밀기도 하고 한 명은 다른 쌍둥이가 볼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이를 뒤집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둘은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다며 신호 주고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평소에도 둘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한 행동이나 습관을 보인다고 말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카일리는 부정행위 주장이 말도 안된다며 쌍둥이가 ‘텔레파시’ 또는 ‘비밀 언어’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또한 서로의 고통 같은 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학장에게 항소해 혐의를 벗었지만 이미 소문을 퍼질대로 퍼졌고 언론에도 둘의 이야기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어딜 가든 학생들이 쌍둥이를 쳐다보고 험담을 하며 냉담하게 대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식당조차 갈 수 없어 배달을 통해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의대 측은 둘이 시험에서 비슷한 점수를 받은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결국 둘은 2016년 9월, 자퇴를 하게 됐고 이듬해인 2017년에 소송을 제기했다. 6년 이 지난 후, 지난 달에 두 쌍둥이는 MUSC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에서 이겼다. 배심원단은 학교 측이 그들에게 150만 달러 손해배상금을 선고했다.
당시 켈리는 1학년 때부터 둘의 대답이 매우 비슷했다고 학교 측에 전했다. 고등학교 때 둘의 점수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으며 둘의 SAT(미국 고등학생들이 보는 수학능력시험) 점수도 똑같았다. 그들은 다른 날 다른 장소에서 시험을 봤을 때도 같은 점수를 받곤 했다.
의사의 꿈을 포기하게 된 자매는 결국 로스쿨을 진학하게 됐다. 둘은 지난 해 졸업했을 때 매우 비슷한 성적을 받았다. 이 뿐만 아니라 같은 로펌에서 일을 하며 자신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복잡한 명예훼손 소송을 다루고 싶다고 전했다.
두 자매는 재판을 받기까지 5년이 걸렸다. 자매의 변호사는 그들의 교육 기록을 배심원단에게 제출했다. 그들이 과거에 치렀던 시험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점수를 받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로스쿨 이전에 자매가 다녔던 대학의 한 교수도 이 자매를 변호하는 글을 써주기도 했다. 지난 2012년, 그가 감독했던 시험에서 쌍둥이는 정답이든 오답이든 모두 같은 답을 적어냈다고 전했다. 그 교수는 둘은 당시 교실의 반대편 끝에 앉아 있었다며 서로 돕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동 유전학과 쌍둥이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학자 낸시 시걸은 자매가 오히려 같은 점수를 받지 않았다면 놀랐을 것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는 배심원들에게 쌍둥이들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쌍둥이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의심을 사는 일은 흔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 뿐만 아니라 그는 쌍둥이 중에서도 특히 일란성 쌍둥이는 비슷한 취향, 재능, 선호도와 학업 성취도 등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인사이더에 전했다.
시걸은 “일란성 쌍둥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까운 관계를 넘어서 서로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런 전문가의 증언으로 결국 승소를 한 쌍둥이들은 기나긴 싸움 끝에 누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