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오는 4월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 운영을 앞둔 가운에 일부 고객들이 벌써부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제도 개편을 통해 마일리지 공제율을 ‘지역별’이 아닌 ‘거리별’로 세분화했는데, 장거리 노선의 경우 기존보다 더 많은 공제 마일리지를 써야 한다.
대신 단거리 노선은 공제 마일리지가 축소됐다고 하지만 이를 대체할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많은 상황에서 전반적인 마일리지 혜택이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4월부터 마일리지 제도인 ‘스카이패스’를 대대적으로 개편 운영한다. 당초 2021년 4월부터 시행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시행시기를 2년 더 늦췄다.
이번에 시행되는 새 제도의 골자는 마일리지 공제율을 ‘지역별’이 아닌 ‘거리별’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가령 미주 노선의 경우 기존에는 ‘지역’으로 묶여 미국 내 어느 곳이든 똑같은 공제율을 적용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거리를 계산해 차등 공제를 한다.
제도 개편이 시행되면 단거리 노선은 공제율이 축소되는 반면 장거리 노선은 더 많은 마일리지가 필요하다. 예컨대 평수기 뉴욕은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일반석 3만5000마일, 비즈니스석 6만2500마일, 일등석 8만마일이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개편 후에는 일반석 4만5000마일, 비즈니스석 9만마일, 일등석 13만5000마일로 확대되며 1만~5만5000마일리지를 더 필요로 한다.
반면 단거리 노선인 일본 오사카는 차감 마일리지가 1만5000에서 1만2500으로 줄어든다. 베트남 다낭도 공제 마일리지가 2만마일에서 1만7500마일리지로 축소된다.
문제는 항공사 고객 대부분이 단거리 노선을 통해 마일리지를 쌓고, 장거리 노선에서는 마일리지를 소진한다는 점이다. 특히 단거리 노선은 굳이 마일리지를 쓰지 않아도 저비용항공사(LCC)로 대체할 수 있어, 이 구간 공제율을 줄인 것은 고객 입장에선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마일리지 항공권의 경우 일반석보다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을 더 선호하는데 이번 개편을 통해 좌석을 승급할수록 공제율이 더 크게 한 것은 가장 큰 불만으로 꼽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거리가 가까운데도 상대적으로 높았던 마일리지 공제율은 낮추고, 거리가 멀지만 상대적으로 적었던 공제율은 현실화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성공할 경우 마일리지 관련 불만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실상 유일한 경쟁 상대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가격 인상, 마일리지 제도 등에서 고객들이 손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양사 합병이 이런 고객 마일리지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30년만에 양대 항공사 체제가 깨지는 만큼, 항공운임과 마일리지 제도 등 고객 입장에서 편익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도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