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열면 멈출 수 없어”라는 TV 광고 카피로 유명한 감자칩이 있다. 짭짤하고 중독적인 맛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프링글스’다.
프링글스 하면 원통형 캔의 제품 패키지와 독특한 모양의 감자칩, 그리고 콧수염이 난 캐릭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프링글스는 과연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을까. 그 탄생의 비밀을 알아보자.
◆프링글스만의 유니크한 곡선형 감자칩과 원통형캔
프링글스는 미국 태생이다. 잘 부서지지 않으면서 쉽게 쌓을 수 있는 감자칩을 연구하던 프레드릭 바우어가 개발해 1967년 처음 출시됐다. 국내에는 1999년 들어왔다.
프링글스는 다른 감자칩과 달리 일정한 모양으로 오목하게 휘어진 말안장 모양이 특징이다. 말안장 모양의 감자칩은 입 구조에 딱 맞게 쏙 들어가며 바삭한 식감을 풍부하게 전달한다.
독특한 실루엣의 프링글스 칩은 당시 연구원이었던 프레드릭 바우어가 고안해낸 것으로, 정확하게는 쌍곡 포물면(hyperbolic paraboloid)이라 불린다.
이는 고객들이 제품을 접하기까지 형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기역학적 구조를 고려해 만들어졌다. 보통의 감자칩과 달리 오목하게 휘어진 칩 모양에는 바우어 개발자의 뛰어난 통찰력이 담겨 있다.
감자칩 개발 단계에서 바우어와 개발팀은 효율적인 유통을 위해 겹겹이 쌓아 올릴 수 있는 칩을 연구했다. 초기에는 평평한 원반 모양과 직사각형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러던 중 바우어는 ‘칩이 부서지지 않도록 살짝 곡선형태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이로써 쉽게 쌓아지고 압력에도 잘 갈라지지 않는 말안장 모양의 감자칩이 탄생했다. 곡선 형태로 만들어져 쉽게 쌓아지고 압력에도 잘 부서지지 않아 용기를 질소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프링글스는 감자칩을 담는 제품 패키지도 일반적인 봉지가 아닌 원통형 캔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바우어는 튼튼한 하드보드 원통형 캔에 감자 칩을 차곡차곡 채운 후 용기 내부의 공기를 빼내 질소로 충전하고 다시 알루미늄 호일로 밀봉하는 새로운 포장법을 개발했다. 인공 방부제를 넣지 않고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프링글스는 칩 구조상 더 맛있게 먹는 방법도 따로 있다. 한쪽 면에만 양념을 바르기 때문에 양념 맛을 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혀에 닿도록 먹으면 된다.
프링글스 칩 특유의 곡선 모양은 각종 디자인 및 건축물 설계에도 영향을 주었다. 일례로 2000년 시드니 하계 올림픽 경기장은 프링글스 칩에서 영감을 받아 말안장 모양으로 건축됐다.
◆프링글스 트레이드 마크, 미스터 P (Mr. P)
프링글스하면 큰 콧수염과 또렷한 앞가르마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맨 남자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상징적인 브랜드 아이콘은 미스터 피(Mr. P)라고 불리지만 전체 이름은 줄리어스 프링글스(Julius Pringles)다. 그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프링글스의 브랜드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됐을까.
프링글스는 그 당시 뉴욕의 한 베이커리 오너의 얼굴을 본떠서 전통적인 느낌의 캐릭터를 만들고 현대적인 캔 위에 가미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긴 세월을 통해 진화하면서, 보다 더 현대화되고 젊은 느낌으로 유지되고 있다.
◆끊임없이 출시되는 새롭고 다양한 맛
현재까지 100여가지가 넘는 맛을 선보이고 있는 프링글스는 국가별 현지화 된 한정판 맛 또한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버터카라멜 맛부터 콜라 맛, 마늘 감자구이 맛 등 다양한 한정판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프링글스는 끊임없이 출시되는 수많은 맛으로 전 세계 곳곳의 소비자들의 다채로운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다. 베스트셀러인 오리지날 맛은 1968년에 탄생했으며 사워크림앤어니언과 치즈 맛은 1983년에 탄생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프링글스에 숨겨진 재미있는 사실들
우선 프링글스의 이름은 처음부터 프링글스가 아니었다. 태초의 프링글스는 ‘프링글스의 신기한 감자 칩(Pringle’s Newfangled Potato Chips)’이라는 이름으로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에서 출시했다.
그러나 제품명이 입에 잘 붙지 않자, ‘프링글스’로 제품명을 변경해 재출시했고, 익숙한 콧수염 로고의 감자칩으로 다시 태어났다.
프링글스라는 이름의 유래는 정확하지 않으나 프링글스 감자칩 가공 장비 특허 보유자의 이름 마크 프링글(Mark Pringle), 혹은 미국 신시내티(Cincinnati)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도로명 중 하나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두 번째, 프링글스 개발자는 죽고 난 뒤 프링글스 통에 묻혔다. 프레드릭 바우어는 생전 자신이 죽으면 화장한 본인의 유골 일부를 프링글스 통에 넣어 묻어 달라고 했다.
당시 그의 자식들은 농담으로 웃어넘겼으나, 아버지가 사망한 후 장례식장으로 향하던 순간 그들은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프링글스를 구매해 유언대로 유골 일부르 프링글스 통에 담았다.
바우어의 아들 래리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어떤 맛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다가 원조인 프링글스 오리지널을 선택했다”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프링글스가 감자칩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프링글스는 다른 감자칩 제품과 달리 실제 감자를 썰어 튀긴 감자칩이 아니다. 건조 및 가공 처리된 감자를 기름, 반죽과 섞어 모양을 낸 뒤 튀겨낸 감자 스낵이다.
실제로 1975년 미국 식약처는 프링글스 캔에 ‘건조 처리한 감자로 만든 감자칩’이라고 명시하지 않으면 감자칩으로 불릴 수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에 프링글스는 제품을 감자칩 대신 감자 크리스프(crisp)라고 표기하기 시작했다. 해당 표기는 원래 감자칩을 감자 크리스프로 명칭하는 영국으로 건너가 혼란을 초래했고, 영국 법원은 프링글스 제품은 감자로 만든 감자칩이 맞다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