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등학교 여자 농구팀이 트랜스젠더 선수가 소속된 상대 팀과 경기를 하는 대신 기권을 택했다.
미국 CNN이 1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버몬트주 소속 미드버몬트크리스천스쿨(MVCS) 여자 농구팀은 지난달 21일, 롱트레일고등학교와의 1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돌연 기권을 결정했다. MVCS는 상대 팀에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을 한 트랜스젠더 선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직후 경기를 포기하고 ‘1라운드 기권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MVCS 비키 포그 교장은 “생물학적 남성을 상대하는 것이 경기의 공정성을 해치고 선수 안전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기권 이유를 밝혔다. 포그 교장은 “생물학적 남성들이 여성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여성 스포츠의 생태를 위협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대회를 주최하고 진행하는 ‘버몬트주교장협회'(VPA)의 성 정체성에 대한 정책은 모든 학생이 ‘성 정체성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CNN과의 인터뷰에 응한 VPA 관계자는 “우리는 학생 개개인의 성 정체성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라고 답하며 트랜스젠더 선수의 대회 참여가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들의 대회 참여는 어느샌가 해묵은 논쟁거리가 됐다. 트랜스여성 선수들이 여성부 경기에 출전해 수많은 종목을 휩쓸면서, 일반 여성 선수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에는 트랜스여성 수영 선수인 리아 토마스(23)가 대학생 수영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을 휩쓸기도 했다. 당시 전미대학체육협회(NCAA)는 역차별 논란에 대해 “모든 선수는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 없이 대회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라고 밝히며 토마스가 규정상 정당한 우승을 차지했음을 재확인했다.
올해 초, NCAA 컨벤션 센터 앞에서는 트랜스여성 선수들의 대학 스포츠 참여에 항의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시위 참여자들은 트랜스여성 선수들이 일반 여성 선수보다 월등한 신체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여론을 등에 업고 앨라배마, 아칸소, 플로리다 등 공화당이 집권한 많은 주에서 트랜스젠더의 ‘경쟁적 스포츠 참여’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한편, 대회 5번 시드를 배정받은 롱트레일고교는 12번 시드였던 MVCS에 기권승을 거둬 체력을 온존한 채 2라운드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2라운드에 올라온 4번 시드 팀알링턴메모리얼고교에 26-45로 패해 3라운드 진출에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