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조선대목구 초대 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1792~1835), 서울대교구 제11대 교구장 김수환 추기경(1922~2009), 한국 순교 복자 가족 수도회 설립자 방유룡 신부(1900~1986)의 시복시성을 추진한다.
시복시성은 성덕이 높은 사람 혹은 순교자가 사망한 후 천주교 교회가 공식적으로 복자나 성인에 올리는 것을 뜻한다. 복자는 성인의 전 단계다. 성인은 전 세계 천주교 교회가, 복자는 해당 지역 천주교 교회가 결정한다.
서울대교구는 24일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그간 교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브뤼기에르 주교와 김수환 추기경, 방유룡 신부의 시복시성 추진 문제에 대해 오랜 기간 숙고하며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청취해왔다”며 “다양한 건의 내용을 바탕으로 충분히 검토한 후 한국 교회와 신자들, 수도회와 회원들의 영적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시복시성 추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명동 교구청에서 제11차 시복시성위원회를 열고 성직자 3명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을 공식 논의했다.
정 대주교는 이날 회의에서 “이 자리는 교구 시복시성위원회가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세 분에 대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지를 공적으로 표명하는 자리”라며 “정식으로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하고 오랜 노력과 기도가 필요한 여정이지만, 세 분의 시복시성을 이 시간부터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원장 구요비 주교는 “교회는 전통적으로 신앙인 중에 덕행이 뛰어나고 성덕이 출중한 이들의 이름을 높이 드러내기 위해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오늘은 영웅적 덕행과 성덕의 명성으로 회자되는 세 분을 시복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떼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는 2010년 6월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준비위원회’를 신설하고 당시 염수정 주교를 위원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시복시성을 위해서는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이 필요하며, 순교자는 순교 사실 만으로 기적 심사가 면제된다.
시복시성 진행 과정은 엄격한 증거 조사를 거친다. 예비 심사 법정은 이들의 행적을 조사하고 덕성을 따져 교황청에 보낼 약전(略傳)을 만든다. 교황청이 관련 자료를 검토해 선정 여부를 가린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성인 103명과 복자 124명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