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희 칼럼(10) 자칭 ‘진보’의 집단주의 문화

시인 유근이 쓴 글을 보았다. 뭐 놀랍지 않다. 한국문화의 집단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글이다. 먹는 거 나눠 먹어야 하고. 우리는 아직도 회식가면 찌개를 다 함께 떠먹는다.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다.

그러나 우리에겐 한 솥 밥 먹는 끈끈한 공동체 의식의 발로이다.  숙제안한 친구에게 자기가 한 숙제 베끼라고 자발적으로 친구를 도와주어야 하는 것처럼 나쁜 짓도 함께 해야 하고 이것이 우정으로 미화된다. 

한국의 집단주의는 유교적인 측면도 있지만 근대적 대중교육이 등장하면서 더욱 강화되었을 것이다.  근대화 이후 어린이들이 성장하며 집단주의를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곳이 바로 학교였다. 

한 반에 7,80명이 한 교실에 앉아 함께 수업받고 공부하며 담임선생님의 지도를 받았다. 반을 대표하는 반장이 있고 부반장이 있고 모든 학교 행사는 반을 단위로 했다.

반 대항 합창대회, 반 대항 체육대회… 이 ‘반’은 대학교 들어가면 ‘과’로 바뀐다. 과 대표가 있고 과별로 MT가고 수학여행가고 우리 때는 (약 40여년 전) 과별로 미팅도 했다. 아마 대학교 총학생회도 과를 단위로 해서 조직될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반별로 ‘단체기합’ 참 많이 받았다.  남자들이 군대에 가면 집단주의는 더욱 더 기승을 부린다. ‘고문관’이라는 말이 왜 생겼을까? 훈련받을 때 한 명이 뒤쳐지면 모두가 함께 기합을 받으니까.  

성인이 되면 초등, 중등, 대학교에서 배운 집단주의 문화는 고스란히 회사생활로 옮겨진다. ‘가족같은 회사’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회사이다. 사장은 직원을 자식처럼 사랑하고 직원은 회사를 가족 사랑하듯 사랑할 것을 기대한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집은 단지 잠자고 쉬는 곳이었다.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지 않은 조기 유학파나 외국인, 혹은 교포들이 한국의 직장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 집단주의 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한국의 자본가와 노동자는 경제성장을 일구었다.

그러나 집단주의 문화는 회사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진보’를 자칭하는 시민단체와 운동권의 조직문화 또한 기업체의 조직문화 못지않게 집단주의적이다.

유근이 그 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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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희 교수는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학 중앙연구원 전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일제시대의 가족변화에 관한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주요 논문으로 “From Gentry to the Middle Class: The Transformation of Family, Community, and Gender in Korea”(박사학위논문), 「도시 중산층의 핵가족화와 가족 내 위계관계 변형의 문화적 분석」(『한국문화인류학』, 1995), 「문화적 관념체로서의 가족: 한국 도시 중산층을 중심으로」(『한국문화인류학』, 1995), “‘Home is a Place to Rest’: Constructing the Meanings of Work, Family and Gender in the Korean Middle Class”(Korea Journal, 1998), “Mothers and Sons in Modern Korea”(Korea Journal, 2001), 「대가족 속의 아이들: 일제시대 중상류층의 아동기」(『가족과 문화』, 2007) “도시 중산층 기혼여성의 취업과 부부 역할:’자기 일’의 정치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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