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 칼럼(3) ‘국화와 칼’ 카라유끼상(唐行きさん)의 나라

‘일본인들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수치를 모르는 인간으로 본다’고 했다.  그래서 일본이 맹자를 극히 싫어하는 것일까? 만세일계로 천황을 모시는 일본에게 맹자의 역성혁명(易姓革命)이 비위에 상하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단 맹자가 ‘수치를 모르는 자, 짐승’이라고 한 말 때문에. 그래서 일본을 가리켜 ‘기회주의 나라’라고 했는가 보다. 

#1.19세기 후반 꼬임에 빠져 동남아시아 등지로 건너가 창부로 일한 일본 여성을 카라유끼상’이라 불렀다.  ‘카라유끼상’(唐行きさん)은 중국을 뜻하는 ‘당(唐)’자에 ‘간다(行き)’’를 더하고 ‘さん’을 붙여 만든 말로 당시에는 ‘외국으로 나간 사람’이란 뜻이었다.

후에 메이지 유신 하에서 일본의 대외적 지위가 나아지자 그녀들은 ‘국가의 수치’로 비난 받게 되었고 1920년 ‘유곽 폐창령’과 함께 대부분 일본으로 돌아왔다.

이 때문에 이들은 태평양 전쟁 후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다가 1972년 야마자키 토모코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 ‘산다칸 8번 창관’이 출간된 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 많은 연구서도 발표되었고 영화까지 만들어져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도 했다.  ‘산다칸(Sandakan)’은 말레이시아(북보르네오)의 상업도시로 일본군이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 포로 2,700 여 명을 이송해 비행장 건설에 투입한 곳이다. 전쟁 패색이 짙어지면서 일부 포로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남은 반 이상이 영양실조로 죽거나 일본군에게 살해당했는데 이곳에 일본군과 카라유끼상들의 묘소도 있다. 이야기 속 유자키는 10대 처녀로 꼬임에 빠져 강제로 매춘부가 되어 산다칸 창관으로 끌려가 하루에도 수십 명을 상대로 매춘을 강요당했다. 그러는 동안 고향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오빠는 그녀가 보내 준 돈으로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종전 후 고향에 돌아왔지만 동생은 누이가 카라유끼상이란 것이 동네에 부끄러워 떠나 주기를 바랬다. 결국 그녀는 일본군을 따라 만주로 가 그곳에서 만난 일본인과 결혼하고 아들을 낳지만 남편이 죽는다. 일본이 패망한 후 귀향했지만 성장한 아들 역시 어머니를 수치로 여겨 몰래 결혼한다. 아들로부터도 버림받은 그녀는 늙어 변두리 집에서 외롭게 살아간다

 

#2.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 정부는 연합 점령군이 일본 여성을 무차별 강간할 것에 대해 공포심이 컸다.

그것은 전쟁 중 자국 군대가 점령지에서 강간을 일삼았을 뿐 아니라 수많은 타국 여성들을 성노예로 삼았던 것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정부가 어떻게 대처했을까?  전쟁 중 운영했던 위안소를 모델로 점령군 전용 매춘 조직을 만들었다. 이른바 ‘특별위안시설(RAA)’이다. 전쟁 위안부와 마찬가지로 지원 여성들 대부분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전혀 몰랐다. 그것은 모집 광고에 ‘의식주’를 제공한다며 매춘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후에 그 실체를 알게 된 많은 여성들이 큰 충격을 받았고, 정신이상이 되거나 자살하는 여성도 속출했다. 결국 국가가 자국 여성을 속이고 꼬여 매춘을 시킨 거였다.

이곳들은 1946년 연합군 최고사령부가 폐지시켰다. 이처럼 자국 여성도 강제로 연행하거나 속여 매춘부로 삼은 일본이 과연 남의 나라 식민지 여성들을 위안부로 강제 동원하지 않았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사료들 가운데 ‘요시다 증언’이 있다.

일제 때 시모노세키 지부에서 동원부장으로 일했다고 알려진 요시다 관헌이 1983년 펴낸 ‘나의 전쟁범죄, 조선인 강제연행’ 등의 책에서 제주도에서 여성들을 사냥하듯 연행하는 과정을 묘사한 증언이다.
후에 신빙성의 문제로 폐기되긴 했지만 2012년 취임한 아베 총리는 요시다 증언 등을 두고 ‘국가 전체가 (여성을) 성노예로 삼았다는 근거 없는 중상이 세계에서 행해지고 있다’ 며 ‘일본의 명예 회복’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 재검토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14년 ‘위안부는 성노예였다’는 국제 사회의 인식을 지우기 위한 첫 타깃으로 유엔과 국제인권기구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1996년 최초로 내놓은 보고서인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의 일부 내용의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쿠마라스와미 전 보고관은 이를 거절했다. ‘보고서는 수많은 여성들의 증언을 근거로 만들어졌으며 요시다의 증언은 그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 정부가 이 보고서를 첫 타깃으로 삼은 것은 ‘요시다의 증언’과 ‘일본 정부가 20여 만 명의 한국 여성들을 군의 성노예로 징용했다’는 언급이 포함돼 있는 이 보고서를 시작으로 유엔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을 요구하는 보고서와 권고가 잇따랐고, 급기야 2007년 미 하원에서 일본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기 때문이었다. HRes. 121 결의안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별다른 대응이 없자 2014년 미 의회는 또 다시 일본이 앞선 결의안을 준수하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킨 H.R. 3547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럼 일본이 이렇게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문서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쟁 항복을 선언한 직후 엄청난 양의 기밀문서들을 모두 태워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존스홉킨스대학 데니스 헬핀 교수는 1945년 연합군사령부가 작성한 ‘일본군 위문 시설‘이란 문서를 찾아냈다. 위안소 설치가 일본 주둔군 거의 모든 지역에서 군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또한 2014년에는 버마(현 미얀마)에서 일본군이 위안소를 부대 시설로 운영했다고 확인된 문서도 공개됐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감추기 위해 세계 곳곳에 친일 인사를 심는데 막대한 돈과 시간을 쏟아왔다.

그 중 하나가 미 의회 ‘재팬 코커스’다. 2014년에 결성된 일본에 우호적인 의원 모임 ‘재팬 코커스’ 회원은 상하원 의원 121명에 달한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이 담긴 논문을 학술지에 보낸  존 마크 램지어 교수 또한 일본의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하버드대에 2,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지원하면서 만든 자리에 있는 인물이다. 하버드대 공식 직함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다. 그는 이번 위안부 왜곡뿐 아니라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도 부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들이 아무리 부정하고 감추려 해도 자료들은 살아있고 논쟁의 여지가 없지만 그 중 무엇보다 가장 확실하고 명백한 증거는 생존해 있는 할머니들의 육성(肉聲) 증언이다. (헌데 이상한 것은 이마저도 지난 해 한국 정치권과 관련단체로부터 자신들에게 향한 의혹을 감추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단체에 이용 당했다’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발언이 오히려 ‘기억의 왜곡‘으로 내몰렸다는 점이다.)
아무튼 루스 베네딕트는 그녀의저서 ‘국화와 칼’에서 일본인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국화’(평화)를 이야기 하면서 한편으론 ‘칼’로 상대방을 잔인하게 살상하는 야만적 행태를 보이는 일본인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저자는 ‘일본인들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수치를 모르는 인간으로 본다’고 했다.
그래서 일본이 맹자를 극히 싫어하는 것일까? 만세일계로 천황을 모시는 일본에게 맹자의 역성혁명(易姓革命)이 비위에 상하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단 맹자가 ‘수치를 모르는 자, 짐승’이라고 한 말 때문에.

그래서 저자는 책 말미에 일본을 가리켜 ‘기회주의 나라’라고 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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