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는데 필자는 “뭐 눈에는 뭐”라고 노동법 관련 대사들이 많이 나와서 흥미롭게 시청하고 있다.
그 중 이보영 주연의 ‘대행사’와 송혜교 주연의 ‘더 글로리’는 강인한 여주인공 (여주)의 복수극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면서 찰진 대사들이 브라운관을 장식하고 있어 더욱 재미를 더해준다.
대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지방대 출신의 고아인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대행사’에서는 사내 정치를 넘어 사내 전쟁이 얼마나 잔인한 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고아인은 인사 담당 상무에게 “인사는 매뉴얼 대로 상식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인 고용주들도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 핸드북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맘대로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핸드북에 무슨 내용이 있는 지도 숙지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카피 앤 페이스트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뉴얼 대로 상식을 유지해야 하는데 감정에 이끌리는 인사는 늘 문제를 발생시킨다.
‘대행사’에서 임원 회의가 소집되고 공채파 임원들이 “이런 식으로 하면 회사에 충성해 온 공채들이 뭐가 되냐”고 반발하는 장면이 있다.
그랬더니 고아인은 “능력으로 일하지 충성심으로 일하냐”는 당연히 상식적인 말을 하며 “그러니까 회사가 이 꼴인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마치 실력이 아니라 지연, 혈연, 학연에 따라 움직이는 한국회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통쾌했다.
“내 한계를 왜 남들이 결정하지”라고 외치면서 대행사 대표 자리를 마다하고 독립한 고아인은 고객애게 “우리는 다른 대행사랑은 달라요. 돈 받고 대충 광고 만들어주는 회사가 아니라 크리에티브 파트너에요. 좋은 광고는 좋은 광고주가 만드는 겁니다.”라고 선언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필자는 앞으로 클라이언트들에게 “저는 다른 변호사와는 달라요. 돈 받고 대충 변호해 주는 변호사가 아니라 노동법 파트너에요. 좋은 변호는 좋은 클라이언트가 만드는 겁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고아인이 만들어낸 수많은 주옥 같은 대사들이 있지만 그중에 최고는 부하직원에게 훈계한 “열심히 하지마. 일 못 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애들 제일 꼴보기 싫으니까”이다. 시간만 때우고 일하는 척 하는 것보다 능률 있게 일하는 직원을 우대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송혜교 주연, ‘미스터 션샤인’ ‘태양의 후예’의 김은숙 작가, ‘비밀의 숲’의 안길호 감독이 만들어낸 ‘더 글로리’는 2020년대 최고의 작품이라고 부르기 절대로 모자라지 않았다. 김은숙 작가의 타이밍 절묘한 대사들은 왜 그가 한국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인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 가운데서도 노동법과 관련된 대사들이 있어서 소개한다. 마지막회에서 형사가 전재준에게 “(손명오씨가) 출근을 안 하는 데 왜 안 찾으셨어요?”라고 묻자. 전재준은 “잘 됐자나요 마침 자르려는 타이밍 이었는데. 일을 못 했거든요. 요즘 함부로 사람 못자르는 것 아시죠”라고 답한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많은 한인 고용주들이 일 못하는 직원이 출근하지 않으면 그만 둔 것으로 착각하고 연락을 안 하는데 반드시 그만 뒀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만 두고 나서 72시간내로 마지막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이 주여정에게 “난 왕자님은 필요 없어요. 난 왕자가 아니라 나랑 같이 칼춤 춰줄 망나니가 필요하거든요”라고 말하는데 필자도 고객들에게 “전 왕자가 아니라 칼춤 추면서 고객을 위해 싸워줄 망나니 변호사 입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경우 노동법 소송을 당한 클라이언트들은 자기들을 위로해 주거나 자기들의 의견에 동조해줄 친구가 필요하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냉정한 법원에서 친구 보다는 칼춤 추는 변호사가 더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문동은이 강현남에게 “이모님과 저 사이의 약속은 아주 심플하거든요. 이모님은 저가 맡긴 일, 저는 이모님이 맡긴 일, 서로 그 일만 해주면 됩니다. 우리 지금 너무 가까워요. 이모님”이라고 말한 것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들린다.
클라이언트는 변호사가 맡긴 일, 변호사는 클라이언트가 맡긴 일, 서로 그 일만 해주면 소송 변호가 간단하다. 감정이 개입할 일이 없다.
문동은이 학폭 방관자에서 피해자가 됐고. 지금은 기해자가 되려고 한다는 말을 노동법에 대입시키면 한인 고용주들은 다른 고용주들이 노동법 소송을 당할 때 “나는 괜찮겠지”라면서 방관자로 머물다가 자신이 정작 노동법 소송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피해자로 머물면 안 되고 다시는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동법을 지키고 주변에 비슷한 소송을 당한 고용주들과 동병상련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지막회에서 하도영이 감옥에 있는 박연진에게 “살면서 절대로 아끼면 안되는 돈이 변호사 비용이야”는 ‘더 글로리’에서 가장 최고의 대사로 평가된다. 그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Haewon Kim, E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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