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언어와 이야기로 이뤄진 세상을 보는 사고의 틀, 즉 ‘프레임’(frame)을 통해 대중은 세상을 해석하게 된다. 정치학에서 선거나 대중 정치를 분석할 떼 흔히 동원하는 것이 바로 이 ‘프레임’이론이다.
정치 세력들은 선거 국면마다 전략적으로 잘 짜인 ‘프레임’을 대중에게 제시하는 전략으로 대중의 사고의 틀을 먼저 규정하려는 프레임 전쟁을 벌이게 된다. 세금 인상에 반대하는 보수 세력이 ‘세금 폭탄’이라는 프레임으로 선거 국면 프레임을 선점하면 반대쪽은 ‘세금 폭탄이 아니다’라고 반박해도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이미 ‘세금폭탄’의 프레임 속에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반대파는 ‘부자감세’와 같은 반전의 프레임을 내세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 이론이다. 언어학자 레이코프의 이론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1970년대 어빙 고프만이 저서 ‘프레임 분석’에서 제시해 언론학에서는 널리 적용되는 이론이다.
이 프레임 전쟁이 바로 이민개혁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연방의회가 여름 휴지기를 맞았지만 이민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미 전국 각지의 의원 지역구로 옮겨져 대중을 상대로 한 뜨거운 ‘이민개혁’ 프레임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
이민개혁의 대전제에는 동의하면서도 구제될 1,100만 이민자에 대한 시민권 허용 여부를 놓고 대립 중인 민주와 공화, 진보와 보수, 친이민과 반이민 세력 양쪽이 구제대상 이민자를 규정하는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다.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이 프레임 선점 경쟁에서 승리한 쪽이 대중의 지지를 확보해 자파의 이민개혁안을 관철하게 된다.
대표적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이름 붙이기’(Lableling)이나 ‘이름 짓기‘(Naming)이다.
이민개혁으로 구제될 소위 ‘불법체류 이민자‘를 규정하는 것이 바로 이 전략에 속한다. 강경 보수파는 구제대상자를 ‘불법 이민자‘(illegal)란 이름을 붙여 이들을 법을 어긴 ‘범죄자‘ 프레임으로 규정한다.
반면, 이민 옹호파는 ‘이민서류 없다는 의미의 ‘서류미비 이민자‘(undocumented)’나 ‘허가받지 않은(unauthorized) 이민자’란 용어로 맞선다. 범죄자로 ‘프레이밍’된 ‘불법이민자’란 용어로는 대중에게 이민개혁을 소구하기 힘들다. 구제될 이민자를 범법자로 ‘프레이밍‘하느냐, ‘서류가 부족한 이민자‘로 프레이밍 하느냐는 대중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낙인찍기’(stigamtization)도 유용한 프레임 전략이다.
이민자 구제에 부정적인 보수파는 이민자 특히 ‘불법체류 이민자’를 흉악한 범죄자 또는 치안 불안 세력으로 낙인찍으려 하고, 이를 위해 갖은 범죄 통계자료와 이민자 범죄관련 스토리들을 동원한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반대쪽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최근 불법체류 이민자가 범죄위험이 높다는 통념과 달리 이민자가 증가할수록 범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지난 30년간 미 전국 범죄율과 이민자 인구변화 추이를 비교 분석한 이 보고서는 당연히 친이민성향의 ‘MPI’가 내놓은 것이다. 보수파의 ‘범죄자’ 프레임에 맞서는 대응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연방의회가 휴지기를 맞은 8월 한 달, 민주와 공화, 보수와 진보가 미 대중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프레임 경쟁’을 지켜보면 가을에 전개될 이민개혁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김상목 K-News LA 편집인 겸 대표기자>
*위 칼럼은 2013년 미주 한국일보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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