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하늘은 잿빛이 된 어느 겨울 날 나는 캘리포니아 드림을 꿈꾼다. 만약 지금 내가 LA에 있다면. 더 따뜻하고 평온할텐데”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 이란 노래의 한 대목. 꿈과 희망을 상징했던 노래 속캘리포니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누구도 이 캘리포니아 드림을 노래하지도, 꿈꾸지도 않게 됐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과 타 지역 미국인들의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캘리포니아 드림이 악몽으로 변하고 있다. 저렴하면서도 최고의 질 높은 공교육 시스템과 풍부한 복지제도는 가장 모범적인 모델로 여겨진 적도 있지만
지금 캘리포니아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추락 중이다.
26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로 교육지원금은 해마다 줄고 UC 등 공립대학들의 등록금은 치솟았지만 상대적으로 싼 학비를 내는 캘리포니아 학생들이 UC에 입학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수십억 달러의 지원금이 줄어든 초중고교에서는 대규모 교사 해고가 진행 중이고 수업일수는 짧아지기만 한다.
생계보조금과 의료지원 축소로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사라진 빈곤층 주민들은 거리로 내몰린다. 교도소 수감자들은 예산 난으로 형기도 채우지 못한 채 조기에 석방되고 강제 무급휴가를 떠나야 하는 공무원들은 일이 있어도 일을 더 해서는 안 된다. 상상조차 못했던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이제는 캘리포니아의 일상이 됐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돼 이 지경이 됐을까. 악몽이 하루밤새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이 악몽의 시작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에 불과했다. 사실 악몽은 33년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으니까.
1978년. 부동산 가격이 올라 재산세가 인상되자 재산세를 깎자는 공화당원들의 ‘세금반란’(Tax Revolt)이란 단체가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지지를 받게 된다. 이 단체는 부동산 재산세를 제한하자며 ‘주민발의안 13’을 발의, 찬성 64.8%로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부유층은 즉각 환호했다. 부동산 재산세를 1% 이내로 묶고 과세 기준액 인상률을 2% 이내로 제한한 발의안 최대 수혜계층이 다름 아닌 고가 부동산을 소유한 부유층이었기 때문이다.
발의안이 통과되자 재산세 수입은 무려 57%가 줄었다. 소득세와 함께 주정부의 양대 세원인 재산세수가 급감하자 공교육과 복지 예산은 감소가 불가피해졌고 공공 서비스의 질은 떨어졌다. 전국 최고수준을 자랑하던 공교육의 질은 전국 40위권 아래로 추락하며 악몽이 가시화됐다. 경기침체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마지막 보루 소득세수 마저 급락하자 비로소 지연되고 있던 위기는 곧바로 현실이 됐다.
결국 1978년의 ‘주민발의안 13’, 바로 ‘부자감세’가 바로 악몽의 시작이었으며 문제의 발단이었던 셈이다. 부자감세와 복지축소, 무한경쟁을 축으로 작동해왔던 지난 30여년간의 신자유주의 광풍이 이제 파국을 맞고 있다.
<김상목 K-News LA 편집인 겸 대표기자>
♠이 글은 2011년 8월 미주 한국일보에 실렸던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