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과 미국의 SNS 상에서 서울대 때문에 엄청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명 ‘서울대 스티커’로 불리우는 이 논란은 서울대 발전재단이 최근 홈페이지에 ‘서울대 SNU 패밀리 스티커를 드립니다’라는 배너를 올리면서 시작했다. 서울대 학생을 둔 학부모에게 기념품으로 배포하는 차량 스티커 때문이다. 학부모와 자녀의 정보를 입력하면 학교소식과 모금사업 등을 안내하고 기념품을 제공하는 형식이다. 지난 1월부터 배부를 시작해 8월 현재까지 약 2100개 세트가 배부된 걸로 전해졌다. 스티커에는 서울대 로고와 함께 ‘I’M MOM’, ‘I’M DAD’, ‘PROUD FAMILY’ 등의 문구가 새겨져서 자녀가 서울대 재학생임을 나타낸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학교 로고와 이름을 넣은 굿즈를 만드는 건 흔한 일이지만 재학생 가족임을 내세우는 건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는 이런 행위가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많은 미주 한인들이 알다시피 미국은 이런 스티커나 굿즈가 생활화됐다. 그래서 한인 부모들의 경우 자녀들이 특히 좋은 대학을 입학하면 이런 차량 스티커나 티셔츠를 통해 자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은 국립대학인 서울대가 손수 나서서 이 사회의 저열한 수준을 증명하고 있거나 후진국형 계급주의적 천박함을 드러낸다는 비난을 이번 서울대 스티커를 제시한 재단이 받고 있다.
서울대생을 길러낸 부모임을 자랑하는 것이 이렇게 비난받을 일인지, 그리고 서울대 스티커 아이디어를 공식화한 재단 측의 발상과 실행이 촌스러운 것인지는 모르겠다. 청소년 때 시험 한 번 잘 봐서 서울대 들어간 것을 가뜩이나 계층 간 갈등이 심한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드러낼 필요는 없다는 말은 옳다. 미국과 달리 모든 대학들을 일렬로 세워서 서열을 매기고 서울대 출신이라는 기득권이 큰 영향력을 과시하는 한국에서 이렇게 인도의 카스트제도 같이 출신성분을 과시하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해 불쾌감이 많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반면, 미국의 대학에서는 기념품들을 다 팔고 부모들도 이를 차에 붙이고 다닌다는 반응도 있는데 미국의 예를 직접 한국에 적용하기는 힘들다. 재단이 이런 스티커를 배포하기 전에 좀 고민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하버드나 스탠포드 대학이 미국에서 차지하는 권력(?)에 비해 서울대가 한국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기 때문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눈치 볼 수 밖에 없다.
사실 온가족이 서울대를 나온 필자의 경우 이런 스티커를 붙일 필요도 없고 오히려 말린다. ‘서울대 가족’ 스티커는 자녀들을 통한 지위 상승이기보다는 단순한 자랑을 하려는 굿즈라고 보면 되지 이걸 지나친 학벌 과시라고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옛날에 지방 고교에서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이 나오면 온동네에 플래카드를 달고 난리가 났었다. 그리고 한국의 다른 대학들도 구성원들의 소속감 강화 등의 취지로 이런 스티커들이 있다.
그런데, 왜 서울대만 이런 논란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 발전재단 측은 당연히 우리만 잘났다는 우월주의 차원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과 가족들이 학교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공동체 의식을 갖고, 이를 통해 기부금 모금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하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다 같이 잘 살 수 있다. 난리 피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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