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상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올해는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그리고 14일 경제학상으로 끝난다.
잘 알려지다시피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Alfred B. Nobel)은 폭약 제조업을 하던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다. 다이너마이트로 백만장자가 됐지만 이 발명품이 그의 의도와는 달리 전쟁에서 인류를 살상하는 데 사용되는 것에 그는 절망했다. 해서 자신이 사망한 뒤 자신의 재산으로 만든 기금을 이용해 ‘인류 복지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포상해 주라’고 유언했다. 노벨상은 이렇게 해서 제정됐다. 무려 350여개의 특허를 따낸 그였지만 다이너마이트는 ‘가장 후회하는 발명품’이라고 했다.
인류의 발전을 위한 발명 후 이를 후회한 사람은 노벨만이 아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물리학자인 로버트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 그도 원자폭탄을 개발한 후 참회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원폭 투하로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자 그는 ‘내 손에는 피가 묻어있다’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는 ‘나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는 말을 남긴채 수소폭탄 개발에는 끝내 참여하지 않고 핵확산 금지 운동에 전념했다. 그리고 그는 ‘내가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가 했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달랬을 뿐이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인공 신경망으로 머신러닝의 기초를 세운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헌데 이들 또한 회의감을 토로했다. 이 중 ‘인공지능(AI)의 대부’로 불리는 힌턴 교수는 ‘그 동안 내가 한 AI 연구에 대해 후회한다’면서 지난해 구글을 떠났다. 그리고는 ‘AI가 킬러 로봇으로 변할 날이 두렵다’는 그 역시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이 연구를 했을 것’이라는 데서 그나마 위안을 찾는다’고 했다.
그들은 공히 ‘AI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인간이 AI를 운용하면서 인간 스스로 가두는 ‘통제 사회’로 가게 되고 AI가 발전해 갈수록 AI가 인간 통제에서 벗어나 인간에게 생존의 위협을 가져올 정도로 통제불가하다는 말이다.
그간 우리에게 큰 공포와 불안을 안겨준 것은 가공할 원자폭탄의 위력과 국가간의 경쟁적 핵확산이었다. 하지만 이를 두려워한 세계 국가들이 이를 통제하기로 동의하면서 그 위험에 무뎌지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그 자리를 대체하고 다가오고 있는 또 다른 위협을 우리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 세계를 둘러싼 전쟁이나 인공지능 로봇의 반란, 초지능 AI의 공격이 그런 것들인데 가상의 세계로만 여겨져서일까?
원자폭탄의 위험이 핵의 연쇄반응에서 기인하듯 인공지능(AI)가 국가 간 군비 경쟁에서 일으킬 연쇄반응은 무한적으로 과거의 핵 확산보다 더 무서울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것인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미지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데 두려워 않았던 인류는 상상된 위험 때문에 연구와 개발을 멈추거나 미루지는 않을 것이다. 천상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주었을 때 부터 다이너마이트나 원자폭탄 등 모두가 인류에게 밝은 미래만을 선사한 것이 아니라 어두운 결과를 갖게도 했지만 어쨌거나 이 모두가 인류 문명을 밝히고 기여하는데 앞장 서 온 것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AI도 그럴것이다. 80여년의 시차를 두고 오펜하이머와 힌턴 교수가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이 연구를 했을 것’이라고 한 말대로 ‘그 누군가’ 선구자들은 오늘도 어디에선가 쉬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의문을 품고 탐구하는 존재이므로- 그 이름 Homo Inquiri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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