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성공은 놀랍다. 공개 6주 만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역대 최다 시청작이 됐고, OST 8곡 전곡이 빌보드 핫100에 진입했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소니픽처스와 넷플릭스라는 미국 자본에 한국계 미국인 감독의 기획, 그리고 한국 케이팝 프로듀서들의 협업으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더우기 한복을 입은 여성, 국밥과 김밥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미국 회사가 만들고 제작진은 한국인 스태프의 목소리를 반영했으며 성곽, 목욕탕, 매듭팔찌, 민화 같은 디테일 등 한국인에겐 익숙하지만 세계에는 매우 낯선 문화코드들을 세계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환호했다.
헌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이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 세계를 매혹시키는 ‘케데헌’의 매력은 액션과 음악 너머에 있는 한국 전통 무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케이팝의 화려함이나 기술력 만이 아니라 그 속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깊게 스며있는 ‘정화의 미학’이랄까, 즉 더럽혀진 세상을 다시 깨끗하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케이팝 걸그룹은 무대 위에서는 화려한 스타지만 그 이면에서는 세상에 숨어 있는 악마를 사냥하는 비밀 조직이다. 따라서 그들의 음악과 춤, 화려한 무대는 단순한 쇼가 아니라 ‘정화의 의식’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현대 사회의 불안과 혼탁함 속에서 케이팝이 새로운 방식의 ‘씻김굿’을 열고 있는 셈이랄까.
무당의 ‘씻김굿’은 죽은 자의 한을 씻어 영혼을 편히 보내는 의식이다. 불교의 향과 등불 또한 번뇌를 없애는 마음의 정화이며 일반 서민들이 제사를 지낼 때 몸을 깨끗이 씻고, 명절마다 대청소를 하며 ‘운을 닦는다’라고 말하는 것, 이 모두가 같은 맥락이다.
해서 오래전부터 한국인은 삶의 전환점마다 소금이나 북어, 팥, 물로 부정을 막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으며 이런 것들이 민화 속 호랑이와 박쥐, 불화 속 금빛과 청색, 백자의 순백함, 모두가 ‘깨끗함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진 것이라면 지나친 말일는지.

그 중 북어는 옛날부터 귀신과 부정을 막는 상징물이었다. 죽음을 지나 정화된 몸, 냄새로 잡귀를 쫓는 생명력의 잔재였던 거다. 헌데 그 북어가 다시 등장했다. 그것도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경주에서다. 이곳에서 열린 APEC정상회담 내빈들에게 대접하는 선물이 ‘북어 액막이 도자기 공예품’이었다고 한다.
도자기로 형상을 잡은 북어에 명주실을 감고 아래에 종 모양 장식물을 단 모습이다. 액막이 북어에 불로 구운 도자기가 더해지면서 이는 ‘물에서 불로 그리고 다시 흙’이라는 동양적 순환의 의미를 담게 된거다. 즉, 여기에는 ‘부정을 태워 없애고, 복을 담는 그릇’이라는 상징으로 현대의 공예품 속에 오래된 주술과 신앙의 흔적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케이팝의 악마 퇴치와 북어의 액막이는 각기 다른 언어로 ‘혼탁한 세상을 정화하려는 행위’를 보여주는 시대와 형식을 넘어 같은 마음을 공유한다. 하나는 음악으로, 하나는 흙과 불로, 한국의 전통적 정화 의식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한국의 정화 의식은 종교나 주술의 영역을 넘어 예술과 일상, 그리고 대중문화 속으로 스며들면서 한국 문화가 세계로 퍼질 때 단순한 유행의 확산이 아니라 정화의 의지가 전해지는 일이 될 것이다.
한가지 아쉽다면 왜 이런 작품이 누구보다 우리 것을 잘 아는 우리의 손으로 먼저 만들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한국 창작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토양이 너무도 척박한 탓이었을 게다.
아무튼 이제 케이팝의 노래와 북어 도자기의 침묵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악을 몰아내고, 다시 맑아지게 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