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의 아침, 갓 구운 바삭한 토스트와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베이컨 향기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하지만 이 ‘맛있는 갈색‘ 뒤에 우리를 늙게 만드는 비밀 요원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 주인공은 바로 당독소(Glycotoxin), 정식 명칭은 최종당화산물(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 AGEs)이다.
1. 당독소, 정체가 뭘까?
쉽게 말해 당독소는 당이 결합(Glycated)된 지방이나 단백질을 의미하며 체내에서 단백질과 당이 결합돼 생성되고, 식품 열처리 가공 공정 중 생성되기도 하는 끈적끈적한 찌꺼기이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 겉면이 갈색으로 변하며 맛있는 향이 나는 것을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고 하는데, 이 반응이 일어날 때 당독소가 대량으로 생성된다. 문제는 이 반응이 불판 위뿐만 아니라 우리 몸속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혈액 속에 떠다니는 과도한 당분이 우리 몸의 소중한 단백질(콜라겐 등)에 달라붙어 끈적끈적하게 변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당독소‘이다. 마치 맑은 혈액 속에 달콤한 ‘달고나‘ 찌꺼기가 쌓이는 것과 같다.
2. 내 몸속의 ‘달콤한 녹‘
당독소는 우리 몸의 기둥인 단백질을 공격한다. 우리 혈액 속에 당이 너무 많으면(고혈당), 이 당들이 돌아다니다가 우리 몸의 기둥인 단백질(콜라겐 등)에 착 달라붙는다. 우리 몸의 혈관 벽, 췌장 등 장기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노화를 촉진하고 고혈압, 당뇨병, 암 등 각종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 특히 당뇨병 환자나 전 단계인 사람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혈중 포도당이 많은 상태라 정상인보다 당 독소 생성량이 많기 때문이다.

3. 당독소 증상
피부에서는 탱탱해야 할 콜라겐을 딱딱하게 굳게 만들어 어두어지고 건조하여 주름과 검버섯을 만든다.
눈이 건조하고 잦은 염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잦은 코피,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정제된 탄수화물을 선호하게 되고, 신경질적이고 예민해진다.
혈관에서는 혈관 벽을 끈적하게 만들어 염증을 일으키고 혈관을 딱딱하게 녹슬게 한다.
4. 당독소를 높이는 음식
빵, 도넛, 밀가루 국수 등과 같은 단순당으로 이루어진 음식, 고온에서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음식, 닭튀김, 햄버거 패티, 감자튀김 등 굽거나 튀긴 음식, 고등어 조림, 두부조림 등의 조린 음식, 콜라와 같이 갈색을 띠는 탄산음료 등은 당독소 함량이 높다.
5. “굽지 말고 삶아라!” (The K-Wellness Secret)
당독소를 피하는 가장 똑똑한 방법은 조리법을 바꾸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인의 지혜가 빛을 발한다.
굽지 말고 삶기: 똑같은 닭고기라도 고온에서 튀기거나 구우면 삶았을 때보다 당독소가 10배 이상 치솟는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보쌈‘이나 ‘백숙‘이 사실은 세계 최고의 항노화 식단이었던 셈이다. 똑같은 돼지고기라도 바싹 구운 삼겹살이나 베이컨은 삶은 보쌈보다 당독소가 훨씬 많다. 수분이 있는 상태에서 낮은 온도로 조리하면 당독소 생성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산(Acid)의 방어: 고기를 굽기 전 레몬즙이나 식초에 재워두면 당독소 생성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샐러드 드레싱에 레몬을 듬뿍 넣는 LA 스타일이 사실은 엄청난 항노화 비법이었던 셈이다.
가공식품 제한: 탄산음료, 과자, 패스트푸드 등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가급적 신선한 식품을 조리해 먹는다.
6. 달콤한 유혹에서 내 몸을 지키는 법, ‘저당(Low-Sugar)’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 몸속에 남는 당분을 줄이는 것이다. 설탕 가득한 라떼 대신 시원한 티(Tea)를 선택하고, 정제된 밀가루보다는 통곡물을 가까이하는 작은 습관이 내 몸의 ‘카라멜화‘를 막아준다. 채소, 과일, 생선 등 당독소 함량이 낮은 음식이 좋고, 식사 후에는 적절한 운동으로 몸의 신진대사를 높여 배설을 유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설탕이 많이 든 음료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내 몸의 ‘노화 속도‘를 결정한다. 오늘 저녁은 바삭한 튀김 대신 촉촉한 찜 요리로 내 몸속 당독소 스위치를 꺼보는 건 어떨까?
노화는거스를수없지만, 속도는조절할수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