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54)이 언제 모습을 드러낼지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강은 지난 11일 ‘채식주의자’등 소설을 펴낸 출판사 창비와 문학동네를 통해 짤막한 수상 소감을 전한 뒤 두문분출하고 있다.
한강은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 수상자로 선정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 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고 출판사들은 “기자회견은 따로 진행하지 않는다”고 확정했다.
한 작가의 서울 종로구 자택 앞에 축하 화분이 줄을 이어 도착했지만 그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또 한강이 운영하는 독립서점 ‘책방오늘’에도 독자들이 몰렸지만 몰려드는 인파에 당분간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앞서 한강은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아버지 한승원 작가를 통해 전한 바 있다. 한 작가를 접촉하기 어렵게 되자 스포트라이트가 아버지에게로 쏠린 가운데 한승원 작가는 11일 전남 장흥의 작업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는 “출판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해 보겠다고 하더니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다더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승원 작가가 살고 있는 장흥 안양면 율산마을에서는 주민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노벨상 축하 잔치가 벌어졌지만, 한 작가는 딸의 뜻을 존중해 이 잔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강 작가가 오는 17일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나타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재단은 지난달 19일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한 바 있다. 다만 한 작가가 철저히 몸을 낮추고 있는 만큼 이날 시상식에 불참하거나 대리 수상자를 보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한 작가가 공식 석상에 서는 것은 오는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이 될 전망이다.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문은 작가의 문학 세계를 압축하는 유려하고 아름다운 글로 낭독되어 작가가 남긴 작품과 함께 시간이 지나도 끊임없이 회자되는 문장이다. 수락 연설문을 거부한 작가는 1964년 선정된 장 폴 사르트르로 당시 그는 “노벨상이 서구에 치중돼 있다”는 이유로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반면 상을 수상한 것보다 더 유명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