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시장 선거에서 이민자 출신의 정치 신인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자, 월가에는 패배감이 짙게 드리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금융계 주요 인사들은 맘다니의 당선을 막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으며 다른 후보들을 지원했지만, 맘다니는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고 차기 시장 자리를 차지했다. 한때 대선 주자로까지 거론됐던 거물 정치인을 무명에 가까웠던 이민자 출신 정치 신인이 누른 것이다.
씨티그룹 임원이며 전 블룸버그 행정부 부시장인 에드 스카일러는 “공공안전과 전반적인 삶의 질이 핵심 문제”라며 “그것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면, 어떤 고용주라도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거나 붙집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34세의 맘다니는 뉴욕 외곽 지역 출신의 주의회 초선 의원에서 단기간에 도시의 최고 행정 책임자로 부상했다. 그는 급등하는 주거비로 인해 ‘도시에서 밀려나는’ 뉴요커들의 불만을 정치적 동력으로 삼아 지지를 얻었다. 맘다니는 백만장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2%p 인상하고 기업세를 올려 무상버스와 보육서비스 확대, 시 운영 식료품점 설립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공약은 월가의 반발을 불러왔다. 처음 맘다니의 승리를 거의 불가능하다고 봤던 금융계는 그가 지난 6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즉시 대응에 나섰다. 선거 막판에는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시타델 등 대형 금융회사가 직원들에게 투표를 독려했고, 헤지펀드 억만장자 빌 애크먼은 그를 저지하기 위해 2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그러나 유력한 대항마는 사실상 없었다. 맘다니는 “애크먼이 나를 막기 위해 쓰는 돈이 내가 그에게 부과할 세금보다 많다”며 “나는 그 정도까지 원치 않는다”고 비꼬았다.
월가가 주목하는 맘다니 리스크…치안과 워싱턴 관계가 첫 시험대
월가는 역사적으로 뉴욕시가 번영할 때 가장 큰 수혜를 입어왔다. 시 당국과 금융권의 협력으로 낙후된 인프라가 복구되고 센트럴파크가 되살아난 것도 그 덕분이었다. 그러나 맘다니의 정책을 우려하는 이들은 치안 악화를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 살인 건수는 1990년 2000건이 넘던 시절에서 2017년 292건으로 감소했지만, 2023년 뉴욕주 증오범죄는 12.7% 늘었고, 그중 44%는 유대인 대상 범죄였다.
부동산 투자사 인터베스트 캐피털 파트너스의 마이클 곤타르 CEO(최고경영자)는 뉴욕에 남을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그는 “세금 인상만으로 떠나진 않겠지만, 맘다니가 추진하는 정신건강·폭력예방 우선 기관 신설 계획에는 회의적”이라며 “학교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배변하는 사람을 보고 사회복지사에게 전화하라는 건가. 행운을 빈다”라고 꼬집었다.
일부 기업인들은 맘다니가 제시카 티시 경찰청장의 유임을 검토 중이라는 점에서 안도하고 있다. 티시는 범죄율을 낮췄고, 지난 7월 맨해튼 사무실 총격 사건을 비롯한 주요 범죄 대응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그녀가 유임 제안을 수락할지는 불투명하다.
또 다른 불안 요인은 맘다니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관계다. 트럼프는 선거 막판에 쿠오모 전 주지사에게 공개 지지를 보냈고, 뉴욕 내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주방위군 배치 확대, 180억 달러 규모의 연방 인프라 자금 동결을 위협했다.
라자드 전 투자은행 본부장 안토니오 와이스는 “워싱턴과의 관계가 당면한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며 “뉴요커들이 도시의 이익을 위해 연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