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온 더 넥스트 레벨 예(I’m on the Next Level Yeah) / 절대적 룰을 지켜 / 내 손을 놓지 말아 / 결속은 나의 무기 . 광야로 걸어가”
4세대 K팝 간판 걸그룹 ‘에스파(aespa)’가 등장하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의 사막지대 코첼라 밸리가 SM엔터테인먼트 세계관의 핵심 지대인 광야로 탈바꿈했다.
24일(한국시간) 오후 스트리밍된 미국 최대 규모의 야외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메인 무대인 ‘코첼라 스테이지’에서 에스파가 진가를 발휘했다.
현지시간으로 23일 밤 펼쳐진 에스파 무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기반으로 현지에 다양한 아시안 아티스트를 소개해온 레이블 ’88라이징’이 메인 무대에서 기획한 공연 ‘헤드 인 더 클라우드스 포에버(Head in the Clouds Forever)’에 포함됐다.
에스파는 이번 공연에서 첫 미니앨범 수록곡 ‘아이너지(aenergy)’로 포문을 열었다. 히트곡 ‘블랙 맘바(Black Mamba)’와 ‘새비지(Savage)’를 들려줬다. 특히 이번 코첼라 무대를 위해 미공개 신곡 ‘라이프스 투 쇼트(Life’s Too Short)’를 영어로 가창했다. 강렬한 기존 에스파 곡과 달리 달콤한 팝 사운드의 곡이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히트곡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선보이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에스파는 약 20분간 무대를 선보였는데 데뷔 2년 만에 미국에서 첫 라이브 무대였음에도 현지 호응은 대단했다. “아이 러브 윈터” 등의 환호성 등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서도 현지 관객들의 함성과 환호 등 육성 응원이 또렷했다. 트위터에선 ‘에스파’ ‘에스파 코첼라’ 등 관련 검색어가 실시간 트렌드를 장악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에스파를 향한 응원을 담은 스카이 배너들도 코첼라 현장 곳곳에서 볼 수 있어 이들의 뜨거운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에 데뷔한 에스파는 사실 오프라인 라이브 공연에서 인기를 직접 확인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세계적인 규모의 코첼라 무대에 선다는 것이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특히 메타버스 걸그룹으로 통하며 온라인에서 강세인 그룹이었는데 이렇게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명성을 확인하며 북미 시장의 본격적인 진출 등을 꾀하게 됐다.
에스파는 작년 첫 미니앨범 ‘새비지’로 ‘빌보드 200’에 20위로 첫 진입하며 눈도장을 받았다. 같은해 미국 최대 규모의 추수감사절 축제 ‘메이시스 생스기빙 데이 퍼레이드(Macy’s Thanksgiving Day Parade)’에도 참석했다.
또 같은 해 영국 유명 음악 전문 잡지 ‘NME’가 선정한 ‘2021년 베스트 송 50’에 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버터'(10위)와 함께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45위)이 뽑히기도 했다.
멤버들은 이날 코첼라 무대에서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코첼라에 오게 돼 행복하다”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코첼라는 1999년부터 이어져 매년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미국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이다. 가장 핫한 팝스타들과 영향력 있는 뮤지션들의 참여로 매번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뮤지션 중 코첼라 첫 출연은 2011년 듀오 ‘EE'(이윤정·이현준)다. 2016년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두 번째로 참여했고, 2019년엔 걸그룹 ‘블랙핑크’와 함께 밴드 ‘혁오’, 전통음악 기반의 포스트 록 밴드 ‘잠비나이’가 출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리는 올해 코첼라는 라인업이 쟁쟁하다.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스웨덴 일렉트로닉 댄스 그룹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SHM)와 캐나다 R&B 수퍼스타 더 위켄드, 도자 캣(Doja Cat), 코난 그레이(Conan Gray), 핑크 스웨츠(Pink Sweat$), 등 약 120명의 아티스트들이 출연한다.
특히 지난 15~17일(현지시간)에 이어 거의 같은 라인업으로 22~24일(현지시간)에 열리는 이번에 에스파뿐만 아니라 국내 뮤지션들이 대거 출연했다.
1차 공연에 88라이징을 통해 윤미래와 비비(BIBI), 씨엘과 2NE1이 공연했다.
역시 이 무대에 K팝 그룹 ‘갓세븐(GOT7)’ 멤버인 홍콩계 중국인 잭슨 왕(Jackson Wang)도 올랐다. 88라이징 무대와 별도로 에픽하이가 다시 출연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 DJ 페기 구도 가세했다.
또 한국계 미국인 음악가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33)의 솔로 프로젝트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도 나왔다.
사실 코첼라는 비교적 젊은 축제다. 그럼에도 록은 물론 힙합, 일렉트로닉,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기획력으로 단숨에 세계에서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음악 축제가 됐다.
올해는 전 무대를 유튜브로도 실시간 중계를 해 어느 때보다 온라인에서도 열기가 뜨겁다. 미국을 비롯한 더 많은 음악 팬들이 출연자들을 더 눈여겨볼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음악 소식·인터뷰 등이 담긴 뉴스레터 ‘제너레이트’를 운영하는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KMA) 선정위원)는 “에스파가 국제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데 코첼라가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면서 “코첼라가 위상이 대단한 음악 축제인 만큼 블랙핑크처럼 K팝 아티스트들에게는 굉장한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이제 해외 오프라인 무대가 물밀듯이 등장할 것이고 이로 인해 해외 음악 팬들 사이에서 K팝이나 국내 인디 음악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하게 됐다”면서 “이번에 에스파가 네곡만 부르는데 뒷날 코첼라에서 한시간 무대를 풀로 채운다면 현지에서 자신들을 알리는 용틀임이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