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헤어질 결심’에 호평이 쏟아지면서 현재까지 펼쳐진 칸 레이스에서 황금종려상에 가장 근접한 작품이라는 국내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쟁 부문 초청작 평점에서도 ‘헤어질 결심’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다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화가 있고, 지난 칸영화제 수상 사례를 볼 때 현지 반응과 평점이 꼭 수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헤어질 결심’이 황금종려상을 받을 거라고 보는 건 조금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칸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경쟁 부문 진출작이 공개될 때마다 업데이트하고 있는 평점표를 보면 ‘헤어질 결심’은 4점 만점에 3.2점을 받아 현재까지 공개된 작품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 중이다. ‘헤어질 결심’이 공개된 23일까지 3점을 넘긴 작품은 ‘헤어질 결심’ 외에 없었다. 스크린데일리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각 나라 10개 매체 평론가의 별점을 취합해 평점을 매긴다.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R.M.N’은 2.5점, 또 다른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는 2.5점, 초호화 캐스팅을 선보인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마겟돈 타임’은 2.8점, 캐나다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크라임스 오브 퓨처’는 2.5점, 알리 아바시 감독의 ‘홀리 스파이더’는 2.1점을 받았다.
‘헤어질 결심’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걸작”이라고 했고, 영국 가디언은 5점 만점에 5점을 주며 “히치콕 영화를 보지 않은 히치콕 영화 같다”는 극찬을 했다. BBC는 ‘헤어질 결심’이 박 감독의 최고작은 아니라면서도 다른 감독의 최고작을 뛰어넘는 영화라고 했다. 이번 영화에 일부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매체도 ‘헤어질 결심’이 기본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는 건 인정한 것이다.
평점과 반응만 보면 ‘헤어질 결심’이 황금종려상에 근접해 있는 게 맞다. 하지만 평점이 수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일례로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칸영화제 역대 최고 평점인 3.9점을 받고도 수상하지 못했다. 당시 황금종려상은 ‘버닝’보다 평점이 낮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받았다. ‘버닝’에 앞서 역대 최고 평점 기록을 갖고 있던 2016년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에드만’도 상을 못 받았다.
그해 황금종려상은 2.4점에 그쳤던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차지했다. 물론 정반대 사례도 있다. 2019년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최고 평점을 받고 황금종려상도 받았다. 칸영화제 수상작은 그해 심사위원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영화제가 열리는 시기에 국제 사회가 직면한 각종 문제들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게 중론이다.
‘헤어질 결심’의 황금종려상을 예단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거장의 영화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가 다르덴 형제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다. 다르덴 형제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두 번 받고,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도 받은 칸이 가장 사랑하는 감독이다. 또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도 대기 중이다.
한편 앞서 박 감독은 ‘올드보이'(2004) ‘박쥐'(2009) ‘아가씨'(2016)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었다. ‘올드보이’는 심사위원대상(2등상)을, ‘박쥐’는 심사위원상(3등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