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고 소프라노 가수로 손꼽히는 앤젤 블루가 이 달 이탈리아 베로나의 아레나 극장에 출연하기로 한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블루는 ‘라트라비아타’에서 주인공 비올레타 역을 맡아 공연할 예정이었다.
그는 같은 극장에서 이 달 앞서 공연한 주세페 베르디의 ‘아이다’공연에서 백인 출연자들이 흑인으로 분장하고 출연한 ‘블랙페이스’ 때문이라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밝혔다.
블루는 “그런 케케 묵은 무대연출 수법은 흑인에 대한 노골적이고 모욕적인 공격이며 인종차별이다”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아레나 극장은 16일에도 여전히 웹사이트에 7월22에서 30일까지 ‘라트라비아타’공연에서 비올레타 역을 앤젤 블루가 맡아서 한다고 게시하고 있었다.
극장 측은 블루에게 아레나 극장 책임자들과 이번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하도록” 초청한다며 이를 받아들여 달라고 밝혔다. 그리고 15일에는 “누군가의 민감한 감성을 자극하거나 상처를 입힐 의도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고 해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은 수 십년 동안 공개적으로 블랙페이스를 비난해왔다. 백인 출연자들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나오는 것은 흑인들을 모독하고 조롱하며 전형적인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레나 극장이 올 여름 공연한 ‘아이다’는 2019년 타계한 이탈리아의 유명 오페라감독 프랑코 제페렐리가 2002년 상연한 연출 무대를 기본으로 한 것이어서 무대에 당시 그대로 블랙페이스를 올렸다.
하지만 블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 사랑하는 친구들, 가족들,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알린다. 나는 이번 여름에 아레나디 베로나의 라트라비아타 무대에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블랙페이스는 어떤 경우에도, 예술적 연출이든 아니든 잘못된 관행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될 모욕적이고 공격적인 인종차별 행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린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그런 만행을 저지르는 오페라극장과는 양심상 도저히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극장측은 2002년판 제페렐리의 오페라 무대는 너무도 유명해서 앤젤 블루도 그런 것을 알면서 공연 출연을 결심했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이탈리아 관객에 대한 교훈의 기회로 삼고 출연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레나 재단은 ” 모든 나라마다 문화적 뿌리와 사회구조, 역사적 배경이 다 다르다. 공통의 인식을 함께 하는 데에는 경우에 따라 몇 년 동안의 대화와 상호 이해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베로나 극장의 ‘아이다’ 공연에서 블랙페이스 분장에 대해 상의한 소프라노 가수는 이 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는 백인 오페라가수 타마라 윌슨이 그 작품의 여주인공을 맡았지만 공연시 얼굴을 흑인으로 분장하는 데 반대하고 항의한 적이 있다.
1984년 생인 앤젤 조이 블루는 미국의 오페라가수로 유명한 소프라노에 클래식 크로스오버 음악가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공연한 ‘포기와 베스’의 주역으로 63차 그래미상의 최고 오페라 음반상을 수상한 적도 있다.
전세계에서 순회공연을 하는 세계적 명가수가 된 블루는 그래미상 외에도 오페랄리아, 미스 할리우드로 수상하기도 했다.
플라시도 도밍고는 앤젤 블루를 ” 차세대 레온타인 프라이스”라 부르며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