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의 유명 배우가 데이트를 신청하기 위해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낼 정도로 진짜 사람 같다.”
스페인 최초 인공지능(AI) 인플루언서 ‘아이타나 로페즈’의 이야기다. 그녀는 실제 연예인 뺨치는 아름다운 외모로 소셜미디어(SNS)에서 수십만 명의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로페즈는 30만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25세의 AI 피트니스 모델이다. 분홍색 헤어스타일과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사진 게시물로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한 달에 1만1000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셜미디어를 벗어나 기업 브랜드 광고에도 출연하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로페즈를 만든 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델 에이전시 ‘더 클루리스’를 설립한 루벤 크루즈다. 그는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와 일하면서 어려움을 겪어 AI 인플루언서를 만들었는데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기 AI 인플루언서 ‘에밀리 펠레그리니’는 6주 동안 1만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며 디지털 공간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다. 인스타그램 구독자 13만4000명을 가진 그녀는 갈색 머리와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인기와 수익은 ‘진짜’다. 다만 선정적인 사진도 많아 보기 불편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세계 최초 ‘미스 AI’ 뽑는다…”미스 유니버스 참가도 가능해질 것”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AI 인플루언서는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보다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인플루언서 로페즈와 펠레그리니는 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다. 실제로는 두 AI 인플루언서의 상업적 성공을 이끈 인간 제작자들이 대회를 심사하게 된다.
구독 기반 소셜 미디어 플랫폼 팬뷰(Fanvue)는 5월에 ‘미스 AI’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미스 AI 왕관을 차지할 기회를 얻기 위해 미모, 기술 구현 능력, SNS에서의 영향력을 기준으로 심사를 받게 된다.
‘세계 AI 크리에이터 어워즈(WAICAs)’에서 파생된 이 기술 축제에는 제2의 로페즈와 펠레그리니를 꿈꾸는 디지털 디바들이 대거 참가할 전망이다. 참가 조건은 100% AI로 생성된 작품이어야 한다.
참가자들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꿈이 하나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와 같은 질문에 답하면서 AI 도구의 기술적 실행 및 시각적 디테일을 평가받는다. 또한 이들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팬 참여 수와 시청자 증가율을 등 영향력 측면에서도 점수를 받게 된다.
최고의 AI 창작물에게는 5000달러의 현금, 3000달러의 멘토링 장학금, 그리고 5000달러의 홍보 지원금 등 총 1만3000달러 상당의 상금이 주어진다. 준우승과 3위에게도 각각 5000달러와 2000달러가 수여되며, 실제로 상금을 받는 것은 제작자들이다.
팬뷰의 공동 창립자 윌 모나지는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크리에이터 경제는 매우 흥미롭다”며 “이 분야에 진출하는 AI 크리에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 플랫폼의 도움으로 팬층을 늘리고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 상(미스 AI)은 프로그램 중 하나일 뿐이며, 우리는 WAICA가 AI 크리에이터 경제의 오스카상이 되겠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콘테스트의 심사위원이자 미인대회 역사학자 샐리 앤 포셋은 “전통적인 미인대회와 기술을 접목한 미스 AI 콘테스트는 기념비적인 도약을 의미한다”며 “세계 최초의 미인 대회가 개최된 지 거의 150년 만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미스 유니버스 조직은 연령 제한을 폐지하고 기혼 여성과 엄마도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AI 참가자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예인보다 매력적인 AI…방송까지 진출
생성형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 다만 AI 인플루언서들의 활약이 다방면으로 확장하면서 실제 연예인의 무대를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스페인의 AI 인플루언서 ‘알바 레이나’는 미국의 인기 리얼리티 쇼 ‘서바이버’의 스페인어 버전 특별 에피소드를 진행하면서 유명해졌다. 인스타그램에서 빠르게 1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알바 레나이의 개발은 350명의 젊은 사람들로 구성된 포커스 그룹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신체적, 성격적 특성에 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중의 관심을 최대한 끌 수 있는 AI 인플루언서를 창조했다.
알바 레나이를 만든 미디어셋(Mediaset)의 자회사인 ‘비 어 라이언(Be a Lion)’은 이 프로젝트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직업 기회를 창출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알바 레나이 프로젝트에는 AI 전문가, 엔지니어, 프로듀서, 감독, 매니저 등 총 32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 어 라이언’의 수석 큐레이터 루이스 모빌라는 “인간의 재능은 대체할 수 없으며, 우리도 그럴 의도가 없다”며 “그녀(알바 레나이)는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으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