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홈 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 스페인어로 부른 미국 국가(The Star-Spangled Banner)가 울러퍼져 논란이 되고 있다.
라틴 팝 가수인 네자는 14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 시작 전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미국 국가를 제창했다.
네자가 부른 스페인어 버전 미국 국가(El Pendon Estrellado)는 미국 국가의 공식 스페인어 번역본으로,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의 요청으로 제작됐다.
네자는 다저스 구단과 미리 상의하지 않고 스페인어로 미국 국가를 불렀다. 그는 19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장에 나가 라틴계 관중으로 가득 찬 관중석을 보기 전까지 영어로 부를지, 스페인어로 부를지 결정하지 못했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서 네자를 만류하는 다저스 관계자의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논란이 커졌다.
최근 LA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 노동자 강제 추방 작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LA 시위를 시작으로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자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네자는 “내가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은 순간이었다. 내가 해낸 것이 자랑스럽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네자 측은 공연 직후 신원을 밝히지 않은 다저스 직원으로부터 “앞으로 다저스타디움에 초청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다저스 구단은 “네자의 공연에 대해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퇴장을 요구한 적도 없다”며 “네자가 다시 방문한다면 반길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저스는 라틴계 팬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MLB에서 스페인어 TV 중계를 하는 몇 안되는 구단이기도 하다.
최근 SNS에서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옷을 입고 다저스타디움에 입장하려다 제지를 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다저스 구단은 야구장에서 정치적 구호나 메시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구단의 지침을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저스가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던 사실을 들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AP통신은 “다저스는 MLB 첫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 멕시코계 야구 아이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MLB 최초 한국인 선수인 박찬호를 발굴한 역사로 찬사를 받았다”며 “하지만 1950년대 다저스타디움을 건설하면서 라틴계 주민 거주지를 강제 철거한 과거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