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0만 달러 상당 필리핀 복권 1등에 433명이 동시 당첨됐다. 1인당 당첨금은 920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필리핀 복권에 433명이 동시에 당첨돼 각자 9200달러를 수령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만약 1등이 한 명이었다면 총수령액은 약 400만 달러였다.
복권을 구매한 일부 필리핀 시민들은 복권을 주관하고 있는 필리핀 자선 모금 사무소(PCSO)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으나 즉각 기각됐다. 필리핀 의회에선 복권 추첨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지 여론은 433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6개의 동일한 당첨 번호를 선택했다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당첨 번호가 09-18-27-36-45-54로 모두 9의 배수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추첨 과정에서 조작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학자와 수학자들은 논란의 결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밝히며 의혹을 부정했다.
싱가포르 국립대 소속의 추아 틴 추 통계학 교수는 “규칙성을 가진 패턴들 역시 무작위로 선정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국립대학의 귀도 데이비드 수학과 교수 또한 9의 배수 숫자 6개가 뽑힐 확률은 다른 모든 확률과 같다면서, 추첨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전형적인 수학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9의 배수 6개가 뽑힐 확률과 다른 숫자 6개가 뽑힐 확률은 동등하다는 것이다.
PCSO의 총책임자인 멜키아데스 로블레스는 이번 대량 당첨이 당첨 번호가 모두 숫자 9의 배수인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특정 패턴에 복권 구매층이 쏠리는 현상은 언제나 있어왔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당첨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설명과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여론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 익명의 필리핀 시민은 지난 10년 사이 PCSO측 관계자 중 일부가 뇌물수수와 상금 착복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433명의 당첨자가 각자 수령하게 될 9200달러(약 1300만원)는 필리핀 시민 연 평균 소득액의 2배 가량이다. 2등 수령액은 1700달러(약 240만원)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