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91m의 길이 밧줄을 입에 걸고 헤엄치던 고래가 구조대의 도움에 힘입어 갑갑한 밧줄을 벗어 던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CTV뉴스 등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각) 밴쿠버 인근 조지아 해협에서 입에 밧줄이 감긴 혹등고래 한 마리가 캐나다 해양수산부(Fisheries and Oceans Canada) 해양동물 구조팀에 발견됐다.
사실 이 고래는 전날부터 신고가 들어왔던 개체로, 첫날 이를 발견하지 못한 구조팀이 복귀하던 중 또 다른 신고를 받고 이동해 찾은 것이었다.
신고 내용대로 혹등고래 입에는 레저용으로 추정되는 새우잡이 밧줄이 걸려있었다. 또 밧줄 끝에는 작은 부표까지 묶여있어 마치 고삐처럼 고래를 뒤에서 붙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구조팀은 고래에 위성추적 장치를 부착한 뒤 밧줄 제거작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고래 바로 옆에서 예상치 못한 혹등고래 2마리가 더 포착됐다.
최대 15m에 달하는 혹등고래 3마리 틈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터라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고래 입에 밧줄이 감겨 먹이활동에 지장이 있을 경우 대부분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구조대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밧줄에 추가 부유물을 부착해 밧줄을 고래 뒤쪽으로 당기기 시작했다. 이후 고래에게 접근해 밧줄을 최대한 잘라낼 계획이었으나 순간 고래가 아무도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
뒤쪽에서 밧줄을 당기는 것을 느낀 고래가 수면 위로 올라와 뒤로 눕는 동작을 취하며 밧줄이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든 것.
고래의 멋진 ‘백플립’에 밧줄은 입에서 풀렸고 배 위에서 5시간 넘게 구조를 진행한 대원들도 서로 손뼉을 마주치며 기뻐했다.
구조에 참여한 폴 코트렐은 “고래 위치를 계속해서 신고해준 이들이 없었다면 고래를 찾아 구조하기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래를 구한 공을 신고자들에게 돌렸다.
또 “폐그물로 인한 해양동물 피해는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문제”라며 “우리가 해양동물에게서 제거하는 어구 대부분은 실제로 캐나다가 아닌 미국이나 아시아에서 건너온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