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에서 담배 한 개비 가격이 25달러(약 3만4600원)으로 치솟으면서 구호품 트럭에 숨겨 밀수하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는 담배를 찾아내기 위해 밀수범들이 구호품 트럭을 공격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심각한 방해를 받는다고 유엔 관계자들이 밝히는 것으로 전했다.
가자 중부에서 지난주 일단의 팔레스타인 강도들이 유엔 창고를 덮쳤다. 이들은 식량이나 석유, 의약품에는 관심이 없었고 인도 지원 물품에 숨겨 밀수한 담배를 찾았다.
가자지구에서 담배는 한 개비당 25달러에 팔린다. 한 갑만 있어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생필품 공급을 제한하기 시작한 뒤에도 한동안은 담배가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이집트 접경 라파 검문소를 하마스 당국이 통제하고 있었기에 밀수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난달 6일 라파 검문소를 점령한 뒤 밀수 통로가 끊겼다. 담배 밀수꾼들은 밀수 통로를 이스라엘과 가자 사이의 케렘 샬롬 검문소로 옮겼다. 그러나 라파에서 했던 것처럼 구호품 트럭을 세우고 담배를 하역하는 일은 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밀수 담배를 찾으려 트럭을 공격하는 사건이 급증했다. 현재 케렘 샬롬 검문소 가자 지역에는 1000대 이상의 구호품 트럭이 정체돼 있다. 트럭들이 정체된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담배 밀수꾼들의 공격도 한 가지 이유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가자에서 담배는 황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담배 밀수에 각종 기발한 방법이 동원된다. 수박에 구멍을 파고 한 갑 정도를 넣거나 다른 구호품에 담배를 담은 봉지나 상자를 끼워 넣기도 한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구호품 전체를 검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데이르 알 발라의 한 팔레스타인 주민은 무장한 남성 3명이 구호품 트럭에 올라 밀가루 봉투 3개를 밖으로 던진 뒤 뜯어서 살펴보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담배를 찾지 못하자 다시 트럭에 올라 계속 살폈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은 “누군가 담배가 담긴 가방에 손을 댄 것을 알면 쏴 죽였을 것”이라고 했다.
스콧 앤더슨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단체(UNRWA) 가자 책임자는 케롬 살렘 검문소에 쌓여 있는 구호품을 가져오기 위해 트럭을 보내는 일이 위험하다고 밝혔다.
가자에서 대놓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없다. 돈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몰래 피울 뿐이다. “개비당 10 달러가 넘는 담배를 애들 앞에서 피우면 부끄럽게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