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탈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3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한 행사에서 세계화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묻자 상황이 얼마나 급변할 지는 불확실하다며 “(세계화 흐름이) 느려진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확실히 다른 세계가 될 것”이라며 “아마 인플레이션이 더 높을 수도, 생산성이 낮을 수도 있으나 더 탄력적이고 강한 공급망이 있는 세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기업들은 임금이 낮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 생산비용을 줄이고 컨테이너와 더 큰 화물선으로 방글라데시와 중국, 시애틀 등 모든 곳에서 저렴하게 제품을 운송했다. 이를 통해 미국인들은 대량 생산된 운동화, 식탁, 전자제품을 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고도로 최적화된 공급망의 취약함이 드러났다. 각국 공장이 폐쇄되고 운송이 지연되며 일부 상품과 부품 확보가 어려워졌고 물가가 급등했다. 운송비는 2년 만에 10배나 치솟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끼얹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공급망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최근 몇달간 가스 및 기타 원자재 가격이 뛰었다.
연준이 주요 물가 지표로 활용하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은 지난 3월 전년 동기 대비 6.6% 올랐다. 198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로존, 영국을 포함한 많은 선진국에서 물가가 수십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최근의 공급망 혼란과 지정학적 갈등이 해외로 진출한 공장이 정치적 위험이 덜한 미국 등 다른 국가로 다시 이동하는 재편을 초래할지 주시하고 있다. 이럴 경우 잠재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지난해와 같은 물가 급등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자동차, 주택 등을 위한 대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아있다고 NYT는 전했다. 경제학자들은 세계화 흐름이 유지될지 여부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대유행을 감안할 때 공급망이 너무 취약한 것으로 입증됐다며 동맹국 위주의 공급망 재편 ‘프렌드쇼어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더 높은 비용을 초래할 수 있지만 더 탄력적이고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제조업연합 스콧 폴 회장도 경제적, 정치적 위험과 탄소비용을 고려해 기업들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추세가 가속화돌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