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에서 마스크로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준비했던 한인들이 쪽박을 찰 위기에 처했다.
KNEWSLA와 만난 이지영(가명, 이후 A씨로 표기)씨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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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A씨(34)는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마스크를 팔아볼 생각이 없냐는 주위의 권유에 가진 돈과 지인들에게 빌린 돈 그리고 한국에서 돈을 빌려 약 8만 달러 어치의 마스크를 구매해 미국으로 가져왔다.
물건값을 준비하고 마스크를 받는데까지 1개월 이상이 소요됐고, 5월 중순 마스크를 받았다.
이미 늦었다.
이미 상당수 한인업자(?)들이 마스크 판매업에 뛰어 든 상황이었다.
A씨는 마스크를 팔 수 있는 유통업체와 연결고리도 없을뿐더러, 판로책도 없었다. 소개해 주겠다고 한 지인도 연락이 자주 되지 않는다. 띄엄띄엄 연락이 되면서 조언을 받아 들여 광고도 하고, 소개받은 창고에 마스크 박스를 쌓았다. 광고비와 창고 관리비까지 추가로 비용이 들어갔다.
엎친데 덮진격으로 5달러 6달러에 팔 수 있었던 마스크 가격이 계속 떨어져 1달러 선에서도 거래가 되기 시작했다.
본전 생각이 급작스럽게 나며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당장 원가에라도 팔아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LA 다운타운부터 사우스LA까지 닥치는대로 마스크를 팔기위해 돌아다녔다.
승용차 뒷좌석과 옆좌석, 그리고 트렁크까지 가득 마스크를 싣고 다니다 프리웨이에서 경찰에 걸렸다. 과속을 하지도 않았고, 법규를 어기지 않은 것 같은데 라며 차를 세웠다.
결국 차 가득 실어있는 물건이 문제였다. 별 문제 없이 다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온지 5년, 더럭 무서운 생각도 들고, 본전은 둘째치고, 수백만원부터 천만원까지 돈을 대준 사람들이 생각나 울컥 눈물이 났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LA 인근 한인 상권에서 마스크를 취급하는 업소 대부분에 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위탁 판매를 하는 방법을 택했다. 당연히 절반 이상의 손해를 봤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마스크는 쓰레기가 될 것 같은 위기감이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 겨우 판매 대금의 40%만 받는 조건이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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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판매가 이 같은 쏠림현상이 벌어지자 틈새시장을 찾겠다며 마스크 소독제 등을 수입해 취급하려던 사업자들도 A씨와 비슷하게 크게 돈벌이(?)에 성공하지 못했다.
또 직접 원단을 구매해 마스크 제작에 나섰다 실패한 사례도 많이 알려졌다. 원단 자체도 방역 효과가 전혀 없을 뿐더러 일반 천 마스크에 비해 질이 나쁠 경우 고스란히 투자금을 잃은 사례도 있다.
LA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했던 한 한인은 한인사회의 정보 습득력과 전파력은 미국 사회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며, 특히 한국의 상품을 취급하려면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송이 빠른 현대 사회에서 한국에서 지인들로부터 받는 마스크로도 굳이 마스크를 추가로 구입하지 않아도 충분한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마스크 사업 등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해외 직계가족에게 마스크 보내는 제한정책을 사용했지만 그 만큼으로도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한때 10달러까지 치솟았던 마스크 가격은 현재 1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몫 단단히 챙겨보자며 시작했던 A씨의 마스크 사업은 씁쓸한 비즈니스 세계를 체험하게 해준 값비싼 교육이였다. 문제는 아직도 해결책을 보지 못하고 창고에서 시간만 보내는 마스크를 바라보는 업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 중국산 마스크는 불량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중국으로 부터 수입한 업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수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