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고 아시안 증오범죄 역시 급증하기 시작하던 몇 달 전, 중국계 시(Si) 가족은 오렌지 카운티 내 부촌인 Ladera Ranch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이사를 온 직후부터 동네 십대들이 밤마다 시 가족의 집을 찾아와 도어벨을 누르고 소리지르며 돌을 던지고 문을 마구 두드리는 등의 행태를 보여왔다.
어떤 이는 “너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쳤고 다른 이는 시 씨의 부인에게 중국인들을 향한 인종차별적인 폭언을 퍼부었다.
이 때문에 시 씨 부부는 밤에 4시간 이상 숙면을 취해본 적이 없고 8살, 5살 된 시 씨의 자녀들은 한밤중에 깜짝 놀라 깨기도 했다. 시 씨 가족은 3,000달러에 달하는 새 펜스와 카메라를 설치하고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공격은 계속됐다.
오렌지 카운티 셰리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시 씨 집에 7번이나 출동했고 인근 지역 순찰도 늘렸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시 씨의 이웃들이 직접 나섰다. 시 씨와 같이 인종차별적 행위로 고통받고있던 이웃인 팍스 씨는 시 씨의 상황을 녹화해 지역 페이스북 그룹에 올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응답한 많은 이웃들은 매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순번을 정해 캠핑 의자를 들고 나와 2주 째 시 씨 집앞을 지키고 있다. 이웃들은 약 15명에서 20명의 십대들이 이 행위를 벌인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3명의 십대가 시 씨에게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팍스의 포스팅을 본 한 이웃은 이 포스팅을 내리지 않으면 법적 소송에 들어가겠다며 협박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음력 설날이었던 지난달에는 이웃들이 아시안 문화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 위해 동네 잔디밭에서 사자탈과 랜턴을 들고 설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시 씨 가족이 이사한 Ladera Ranch는 이웃간에 음식을 나누고 저녁 시간을 같이 보내는 등 친근한 지역으로 유명하지만 3만여명의 주민 가운데 3분의 2가 백인으로 구성되어있고 라티노는 14%, 아시안은 13%에 불과하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상원의원 데이브 민은 아시안 증오범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며 모두가 함께 협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렌지 카운티의 인권 비영리단체인 OC Human Relations의 앨리슨 에드워즈 디렉터는 정확한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오렌지 카운티 지역 내 최근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중국 우한으로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팬데믹의 원인을 아시안으로 생각하는 선입견과 음모론으로 인해 지난해 3월부터 아시안 증오범죄는 전국에서 꾸준히 증가해왔다가 최근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 4명 중 1명이 아시안과 가까이 있는 것이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강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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