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실제로 경험한 것들이 많이 담겼어요.”
디즈니·픽사 새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Elemental)은 불·물·공기·흙 등 원소(element)가 모여 사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앰버’는 불, 앰버와 우연찮게 만나게 되는 ‘웨이드’는 물이다. 이게 다 무슨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원소들이 모여 사는 세계를 통해 이민자와 서로 다른 문화의 화합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한다.
‘엘리멘탈’을 연출한 피터 손(Peter Sohn·46) 감독은 한인 이민자 2세.
그의 부모님은 1970년대 한국에서 뉴욕으로 건너왔고, 손 감독은 그곳에서 나고 자랐다. 그 역시 자신을 “100% 한국 피를 가졌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오는 14일 ‘엘리멘탈’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손 감독은 이 작품은 “뉴욕에서 자란 내 경험이 반영됐됐다”고 했다.
“뉴욕에는 한국인이 모여 사는 곳도 있고, 이탈리아인이 모여 사는 곳도 있잖아요. 다양한 사람, 다양한 문화가 있죠. 이런 사람과 문화들은 서로 잘 섞이기도 하지만, 잘 못 섞이기도 해요. 그럴 때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점을 극복해 나가는지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엘리멘탈’의 주인공 앰버는 마치 손 감독과 같다. 앰버의 부모는 불만 사는 파이어 랜드에서 다양한 원소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엘리멘트 시티로 이민 와 앰버를 낳는다. 앰버의 부모는 엘리멘트 시티의 파이어 타운에서 불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일을 하고, 손 감독의 부모 역시 식료품점을 운영했다.
아버지가 평생 운영해온 가게를 물려받아 경영하는 게 꿈인 앰버는 폐쇄된 수도관에 갑자기 물이 새면서 만나게 된 이방인 웨이드를 알게 되면서 삶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한다. 손 감독의 아버지 역시 장남인 손 감독이 식료품점을 이어가기를 원했지만, 그 역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다른 꿈을 꾸게 됐다.
‘엘리멘탈’은 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굿 다이노'(2016)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굿 다이노’가 나왔을 당시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뉴욕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걸 계기로 뉴욕에 가서 한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손 감독은 그날 객석에 있던 부모님을 보며 감정이 복받쳐 올라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픽사에 돌아가서 동료들에게 했더니 그 스토리에 네 영화가 있으니 꼭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그게 ‘엘리멘탈’의 시작이었다.
“저희 부모님은 많은 걸 겪으신 분들이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배워야 했고, 외국인 혐오도 겪었고요,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기도 했어요. 저는 부모님을 보면서 많은 가치를 배우고 자란 겁니다.” 손 감독의 부모님은 ‘엘리멘탈’이 만들어지던 시기에 모두 세상을 떠났다. 손 감독은 “부모님의 애정과 사랑이 이 영화에 담겨 있다”고 했다.
손 감독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엘리멘탈’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당연히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가 있고, 이방인으로서 겪는 차별 등도 담겨 있으며, 이민자 커뮤니티의 삶도 그려진다. 또 앰버 가족과 웨이드의 만남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에 관한 얘기도 있다. 부모의 희생과 자식의 꿈 사이에 있는 갈등 역시 포함돼 있다. 손 감독의 역사와 인생이 담긴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가 처했던 상황들이 나를 구성하는 엘리멘트가 뭔지 반복해서 반추하게 했습니다. 나는 얼마나 한국적인지, 또 얼마나 미국적인지 생각했던 거죠. 인종 차별도 당연히 겪었죠. 그런 일들은 처음에는 불쾌하지만, 결국 저를 더 이해하게 해요. 물 웨이드는 앰버가 자신을 보는 거울이기도 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