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의 67%가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장기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인 세 명 중 한 명 이상은 인종차별적 공격·위협을 간접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는 최근 이런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조사는 2022년 7월5일부터 2023년 1월27일까지 한인 등 아시아계 700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르면 성인 아시아계 미국인 32%가 코로나19 이후 주변의 아시아계가 위협을 받거나 공격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국적별로는 중국계 미국인 39%가 이런 경험을 했는데, 한인 미국인 35% 역시 같은 응답을 했다. 같은 응답을 한 일본계 미국인은 28%였다. 동아시아계 응답자 36%가 역시 위협을 받거나 공격을 당한 지인이 있다고 응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출생한 아시아계 중 40%가 코로나19로 공격이나 위협을 받은 아시아계 지인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외국에서 태어나 이민한 아시아계의 경우 28%가 같은 응답을 내놨다. 연령별로는 18~29세 중 44%가 이런 응답을 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아울러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 또는 ‘아시아 바이러스’ 등 반(反)아시아적·인종·지역적 이름으로 칭하는 사례가 많다며 정치인 등의 사용 사례를 꼽았다.
대표적인 예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꼽았는데, 그는 재임 기간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쿵플루(Kung Flu)’로 칭해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차별 사례도 거론됐다. 한 20대 한인 이민 여성은 “길을 걷는데 한 백인 노부인이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당신 역겨워’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를 때리려고 했다”라고 증언했다.
또 다른 50대 한인 이민 여성은 “코로나19 기간에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라며 “백인을 볼 때 나는 그가 스코틀랜드계인지 독일계인지 알 수 없고, 그들 역시 나를 볼 때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인종차별에서 한인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그들(비아시아계 미국인)은 한인와 중국계를 구분할 수 없으며, 코로나19의 시작도 우리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듣는 혐오 발언의 사례도 언급됐는데, 한 40대 한국 남성은 “내 지정 주차 공간에 한 백인이 차를 댔고, 내가 차를 빼 달라고 하자 그가 ‘칭챙총’이라고 말한 뒤 경비원을 불렀다”라고 전했다.
아시아계 응답자의 58%가 이번 보고서에서 인종차별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인 미국인의 경우 67%가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중국계는 62%, 베트남계는 57%가 역시 같은 응답을 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20%는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인종 문제로 추가 검문을 당했다고 답했는데, 한인 미국인 중에서는 16%가 이같이 응답했다. 이 문항의 경우 남아시아계(35%)가 관련 경험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계 미국인 78%는 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종종 외국인 취급을 받을 때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39%는 영어를 못하는 취급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같은 문항에서 한인 미국인 49%가 이런 대답을 했다.
보고서에서 응답자 57%는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차별이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중국계의 63%, 필리핀계의 64%가 이같이 답했으며 한인의 62%, 일본계의 53%, 베트남계의 55%가 같은 응답을 내놨다.
다만 응답자 68%는 성장 과정에서 가족과 인종차별 문제를 아예 논의하지 않았거나 아주 적게 논의했다고 답했다. 한인의 경우 29%가 아예 논의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거의 논의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30%였다.
응답자 63%는 미국에서 사는 아시아계와 관련된 인종적 문제가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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