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또다시 미국 법정에 서게 됐다.
미국 법률 전문매체 Law360은 지난 달 14일 쿠팡 주주인 앨런 펠드먼(Alan Feldman)이 델라웨어 형평법원(Delaware Court of Chancery)에 쿠팡과 이사회, 김봄(Bom Kim) CEO를 상대로 주주 파생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Law360이 ‘Coupang Hit With Corporate Fraud, Waste Claims In Chancery'(쿠팡, 기업사기 및 자산낭비 혐의 소송 피소)제하의 기사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펠드먼은 소장에서 “쿠팡과 경영진이 회사의 재정 건전성과 주주 가치를 보호해야 할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고들은 기업 자산을 낭비하고, 회사를 부주의하고 무능하게 경영했으며, 회사 사업을 무모하게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펠드먼은 쿠팡이 수익성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공격적 확장 전략을 추진해 심각한 손실과 자원 낭비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문처리센터 구축 과정에서 “과도한 지출과 부적절한 계획”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경영진이 회사의 재무 상태와 성장 전망에 대해 “거짓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진술”을 함으로써 사기에 가담했다고 덧붙였다.
펠드먼은 쿠팡 보통주를 지속 보유해왔다며, 이번 소송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모든 주주를 대변하는 집단소송 형태라고 밝혔다. 그는 법원에 피고들의 신의성실 의무 위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조치를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주주 파생소송(Shareholder Derivative Lawsuit)은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경영진이나 이사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회사 경영진이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지만, 회사가 스스로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주주가 직접 회사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한다. 승소할 경우 보상금은 주주 개인이 아니라 회사에 귀속된다. 주주 파생소송은 경영진의 부정행위나 부실 경영을 견제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쿠팡이 미국에서 직면한 또 하나의 법적 도전이다.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 직후인 2023년에도 투자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한 바 있다. 당시 소송은 쿠팡이 상장 전 투자설명서에서 회사 운영과 관련해 일부 사실을 누락하거나 왜곡했다는 주장이 골자였다. 이후에도 쿠팡은 미국 내 고용 관행 및 산재 안전 문제와 관련한 소송에 연루돼 왔다.
특히 쿠팡 물류센터에서의 노동 환경과 관련해 전·현직 직원들이 제기한 불만이 이어졌으며, 일부는 미국 노동법 위반 소송으로까지 비화했다. 쿠팡은 이에 대해 일부 건은 합의로 종결했다.
쿠팡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법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자사 제품을 우대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공급업체에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혐의로 162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쿠팡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제재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지난해 공정거래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
이런 가운데 쿠팡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80억 달러의 순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투자와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일관된 수익성 확보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델라웨어 형평법원은 상사 소송, 이사회 의무 위반, 합병·인수 분쟁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미국 내 주요 법원으로, 배심원 없이 판사 단독으로 심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 소송에 있어 미국 내에서도 가장 중요한 관할지로 꼽힌다.
쿠팡을 둘러싼 법적 전선이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소송이 향후 경영진과 기업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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